케빈 김 행장, 연봉 300만불 ‘연봉 킹’
덩치는 리저널 뱅크…고객 서비스는 ‘뒷걸음’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로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주 한인 최대은행으로 꼽히는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은행장 급여가 무려 300만불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한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주류 은행들은 코로나 장기화로 수수료 인하 및 개인 대출 연장 서비스 등을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에 반해 뱅크오브호프는 한인 최대은행으로서 책임있는 역할보다는 외형적인 성장과 은행장 개인의 권력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여론은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은행장 급여는 동급 규모의 중국계 은행장보다 무려 100만불 이상을 더 받았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다. ESG와 같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역할을 제시해야 할 이사회는 케빈 김 행장의 거수기 역할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잔고에서 한 푼이 아쉬운 고객들은 비싼 연체 수수료를 내고 있고 대출 연장도 중단되는 가운데 리저널 은행을 자처하면서도 구태의연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뱅크오브호프의 현상황을 짚어본다. <이준 기자>
180억불 규모 리저널 은행, 한사람이 좌지우지
지난해 뱅크오브호프의 케빈 김 은행장 연봉이 최고 3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이 코로나 기간 유례없는 성장과 함께 호실적의 성과가 최고경영자(CE0) 연봉에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고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수수료를 인하 또는 폐지하는 노력에 비해 한인 최대은행으로서의 서비스 개선에 힘쓰기 보다 은행장 개인의 베네핏에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케빈 김 행장은 한인은행에서 전례 없이 은행 이사장과 행장, 그리고 올해부터는 프레지던트직까지 맡고 있다. 한 사람이180억불대 규모의 리저널 은행의 전권을 구사하고 있어 ‘체크와 밸런스’가 생명인 은행 경영에서 ‘브레이크 없는 벤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은행권에 따르면 미주 최대 한인은행 뱅크 오브 호프는 지난 2020년 케빈 김 은행장에게 총 보수 282만 3,802달러를 지급했다.
케빈 김 행장 다음으로는 바니 이 한미은행 행장(146만 3,615달러), 민 김 오픈뱅크 행장(102만 3,300달러), 김동일 US 메트로 은행 행장(55만 1,785달러), 헨리 김 퍼시틱 시티 뱅크 행장(55만 253달러), 조앤 김 CBB 은행 행장(42만 7,047달러) 순이었다. 이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은행들의 프록시(Proxy)를 분석한 결과로 급여와 스톡옵션이 포함된 총 보수 금액이다.
행장들의 막대한 연봉은 기본적인 급여가 높기도 하지만 스톡옵션 혜택을 크게 누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케빈 김 행장은 2020년 기본급으로만 99만 9,300달러를 받았다. 이는 전년(95만 달러) 대비 5.2%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케빈 김 행장의 해당 연도 스톡옵션 금액은 113만 4,628달러로 기본급보다 많았다. 이외에도 각종 성과급이 포함돼 총 보수가 282만 달러에 달하게 된 것이다.
김 은행장의 연봉은 비슷한 규모의 중국계 은행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자산 규모가 198억 4,600만 달러로 LA 카운티에 본점을 둔 42개 은행 중 5번째로 큰 은행인 케세이 벵크의 창 리우 은행장은 2020년 총 211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창리우 은행장과 김 행장 연봉과의 격차가 무려 70만불 이상 차이가 난다.
케빈 김 은행장은 급여 인상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018년 은행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프록시(Proxy)에 따르면 케빈 김 행장의 기본 연봉이 19.1%까지 인상됐다. 그 해 공개된 한인 은행장의 연봉 인상폭 가운데 최고로 나타났다. 김 행장은 2017년 기본 연봉(Base Salary)으로 84만 달러로 받은 것으로 나타나 2016년의 70만5000달러에 비해 19.1%가 인상됐다. 김 행장이 기본연봉, 보너스, 인센티브 등을 모두 합산해 2017년 받은 총 컴펜세이션 규모는 225만 달러에 달했다. 2년새 컴펜세이션 규모가 역시 60만불 이상 된 것으로 이는 한인기업에 있던 어떤 샐러리맨보다 급여 인상폭이 큰 것이다.
2014년 7월 BBCN 뱅크 시절 케빈 김 행장의 급여를 살펴보자.
당시 이사회는 김 행장의 연봉을 65만 달러로 책정했으며 연간 50%에서 최대125%의 현금 보너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연봉 기준도 그나마 이사회를 김 행장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한선이 제시되고 인상폭을 규제할 수 있었다.
행장 임기도 마찬가지이다. 원래는 5년 임기 보장으로 2019년 4월10일에는 행장직을 내려놔야 했지만, 그사이 케빈 김 행장은 윌셔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뱅크오브호프를 출범 시켰다. 자신의 은행장의 임기를 2022년 3월 31일로 연장했다. 하지만 추가로 2번의 1년 자동 연장 조항이 있어 은행이나 김 행장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2024년 3월31일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사실상 김 행장의 임기가 아직은 2년 더 남은 셈이다.
연봉, 스톡옵션, 임기도 본인이 정한다(?)
한인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케빈 김 행장은 운이 기막히게 좋다. 사실 은행가에서는 김 행장이 뱅크오브호프에서 행장 경험이 적어 비전문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한 불협화음과 반발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은행 경영에 대한 성과가 제대로 평가 받을 즈음에 코로나가 딱 터졌다. 코로나 19를 위해 연방정부의 지원이 모두 은행을 통해 이뤄지니 은행 매출과 순익이 성장했고, 이는 모두 김 행장의 경영성과로 잡히게 됐다”고 말했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해 전체 순익이 2억 15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한인은행 전체 순익의 35%에 달했다. 하지만 순익증가율이 한인은행 평균 2배에 못 미치는 1.71배에 그쳤다.
실제로 뱅크오브호프의 지난해 사상최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연방정부의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 정책 때문이었다. 개인들에게는 경기부양 현금지원을, 소기업에는 PPP와 경제피해 재난대출, 특히 식당들에게는 식당재활자금(RRF)등 연방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을 통해 엄청난 수수료 수입을 올렸고, 지원금의 상당액이 은행에 예치된 것은 물론 대출금 이자 및 원금상환으로 이어짐으로써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통 금융권 출신이 아닌 CPA출신인 케빈 김 행장이 은행을10년간 장기경영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케빈 김 행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MBA를 공부하기 위해 도미했다. UCLA 경영학 석사(MBA), 로욜라 로스쿨을 나와 공인회계사 및 회계‧재정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중앙은행 이사로 은행권에 첫 발을 디뎠다. 중앙은행이 나라은행과 합병되면서 BBCN 뱅크 행장(2011~2016)을 처음으로 마쳤고 2016년 8월부터 뱅크 오브 호프 행장으로서 한인 이민역사상 최초로 자산 100억 달러대 은행을 이끌게 됐다.
고석화 윌셔 이사장의 뼈아픈 패착
뱅크오브호프의 케빈 김은 행장으로 취임하고선 빠른 시간내 이사장까지 겸직하며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 윌셔은행 고석화 이사장은 이사회 만큼은 대주주이자 영향력이 큰 본인이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일개 CPA로 생각했던 케빈 김 행장은 정통적인 금융권에서 배출된 고지식한 행장이 아니었다.
케빈 김 행장의 판정승은 2019년이었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 2019년 5월 23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2년여간 황윤석 이사가 맡아온 이사장 직위를 케빈 김 행장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김 행장은 은행 경영 뿐 아니라 이사회까지 장악하며 확고한 지배력을 과시하게 됐다.
뱅크오브호프는 “이사회는 김 행장이 행장과 이사장을 겸임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은행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영진과 이사진의 권한과 의무도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설명했으나 은행권에선 케빈 김 행장의 승리라고 점치는 분위기였다.
사실 김 행장은 뱅크오브호프의 전신인 BBCN 시절인 2014년에도 지주사인 뱅콥 이사장과 행장을 겸임한 적이 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케빈 김 행장은 이사회 장악만 하면 은행이란 큰 기관도 모두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 행장의 이사장 겸임되자 한인은행권에서 예고됐던 일이라며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한인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윌셔 은행과 BBCN의 합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석화 이사장이 물러날 때부터 언젠가는 김 행장이 이사장 직도 겸임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있으리라 예상됐다”라고 말했다.
그 후 고석화 명예 이사장의 눈치를 보든 이사들은 자신을 반대하는 이사를 하나 둘 씩 내쫓는 김 행장의 압박과 회유에 못이겨 백기 투항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고석화 이사장이 받은 내상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활달한 성격으로 회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고 명예이사장은 지난 2년간 이사회 참석해서도 거의 발언없이 회의 참석 수준에 그쳤다. 윌셔은행 창립 초기 부터 절대권력을 행사해 온 고 이사장이 ‘쉽게 먹을 줄 알고’(?) 합병했던 뱅크오브호프에서 케빈 김 행장의 예상치 않는 반격에 손 쓸 틈이 없이 당했다는 평가다.
케빈 김 vs 고석화 2R 전쟁 ‘적과의 동침(?)’
이런 양측의 서먹하면서 불편한 관계는 최근 피터 고 전무의 승진을 통해서 화해 분위기로 바뀌었다.
뱅크오브호프의 지주사 호프 뱅콥은 지난 해 12월 초 고석화 이사장의 아들 피터 고 차석 COO를 COO겸 수석 전무(SEVP)로 승진 발령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데이빗 말론이 지난 해 연말까지 끝으로 은퇴시키고 피터 고 차석 COO를 올해 1월 1일부터 COO겸 수석전무로 승진 발령을 냈다. 은행의 COO, 이사 그리고 프레지던트 직을 겸직하던 데이빗 말론 COO는 은퇴 후 지주사와 은행의 이사직만을 유지하게 되며 케빈 김 행장&이사장이 프레지던트 직까지 겸직하게 됐다.
피터 고의 COO 승진은 사실 1~2년 전에 나왔어야 할 시나리오였다. 피터 고 전무는 콜럼비아 대학과 USC 마셜 경영대 MBA 과정을 거친 피터 고 전무는 뱅크오브호프의 전신 중 하나인 윌셔은행 당시 대출과 크레딧 부서를 담당한 크레딧 분야 전문가로 합병 이후에는 최고크레딧오피서(CCO)를 역임하며 행장 후보군으로 올라왔지만 케빈 김 행장의 견제로 그 활동폭이 제한되었다. 은행의 전반적 경영, 관리 그리고 감독을 책임지는 차석 COO였지만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상태였다.
개인으로는 뱅크오브호프 최대의 대주주(4백만여주)인 고석화 명예 이사장은 이사회 내부에서는 명분 좋은 명예 이사장이었지, 실제론 다음 이사회에서 잘릴 지(?) 모르는 일개 이사에 불과했다.
이런 즈음에 지난해 피터 수석전무의 발령 소식은 수세에 몰린 고석화 명예 이사장이 사실상 ‘적과의 동침’을 한 것으로 한인 은행권에서는 보고 있다. 케빈 김 행장이 이미 흔들 수 없는 권력이 된 이상, 김 행장을 지지하면서 다음 행보를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은행 사상 케빈 김 행장과 같은 영향력을 가진 전례는 없다. 최소한 뱅크오브호프 내에서는 이사장과 프레지던트를 겸하게 된 김 행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연봉도, 스톡옵션도 모두 행장이 정할 수 있고, 이를 감시하는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사회에서는 고석화 명예 이사장이 회의 중간에도 케빈 김 행장의 보여준 리더십을 칭찬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김 행장도 이런 고 명예이사장에게 “앞으로 피터 고 수석 전무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최고의 아시아계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례하며 분위기를 한껏 치켜 올렸다. 평소 양쪽의 눈치를 보던 이사들도 오랜만에 마음 편히 회의를 마쳤다고 한다.
고석화 명예 이사장은 아들 피터 고 전무가 CCO겸 수석전무라는 승진 발령이란 선물을 받고, 케빈 김은 “행장& 이사장& 프레지던트”라는 최고의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니 서로 ‘윈-윈’ 거래인 것이다.
김 행장의 약진은 중국으로 치면 시진핑 주석이 당 총서기와 군, 국가 주석을 모두 석권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김 행장의 놀라운 행보에는 금융적인 지식보다는 은행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는 평가 속에 본인 스스로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가까운 외대 동문 지인은 사적 자리에서 만난 김 행장이 “나도 이렇게 (이사회를 장악하는 걸) 잘할 줄 몰랐어. 그런데 해보니까 묘하게 내 기질과 잘 맞는 것 같아”라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