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원-노상범 “짜고 치는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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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원 회장, 법원에 앰비앙스 실형 노씨 탄원서 내 

관세 포탈 실형 불구  “도둑이 도둑놈 응원하는 격”

포에버 21 파산후 채무 변제를 피해 잠적중인 장도원, 장진숙 부부가 관세 포탈 혐의로 1년 실형과 8150만불 추징금 납부 선고된 LA 한인의류업계의 대표 업체 앰비앙스(Ambiance)사의 노상범(68•영어명 에드 노)대표를 위해 법원에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엄청난 채무로 피해를 끼친 장도원, 장진숙 부부가 세금 포탈 등 범법 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은 노 대표의 감형에 앞장서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처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연방 법원은 지난해 12월 6일 관세 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 대표에서 1년 1일의 실형과 8150만달러 추징금 납부를 선고했다. 대규모 관세포탈 혐의가 적발돼 8천만 달러가 넘는 세금과 벌금을 추징당하고 회사 대표가 실형을 받게 된 앰비앙스사는 LA 다운타운 패션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인 의류 제조업체들 중에서도 열손가락안에 꼽힌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노상범 대표는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수입 의류의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보고하고 소득을 축소보고해 왔고, 대규모 현금거래를 보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노 대표가 의류를 수입하면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세관(CBP)에 조작한 인보이스를 제출해왔다. 연방 법원이 인용한 검찰의 노 대표에 대한 주된 혐의는 관세 및 세금 포탈이다. 

노 씨는 지난 2010년 1월 1일부터 2014년 9월 1일까지 8,260만 달러어치의 의류를 수입하며, 실제 가격의 60-70%만 신고해 조직적으로 관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2014년 9월 노 대표 자택에서 현금만 3630만 달러를 압류당하며 LA지역 언론에서 톱 기사가 될만큼 화제가 되었다. 

연방검찰이 밝힌 노 대표의 수법에 따르면 앰비앙스 측과 거래를 했던 업체들은 거래할 때 두 개의 청구서를 보냈다. 이중 한 개의 청구서는 실제 가격의 60~70%만 신용장(letter of credit)으로 지급됐으며, 다른 한 개의 청구서는 실제 가격으로 전신송금 (wire transfer)으로 지급됐다. 이 두 개의 청구서 중 가격을 낮춰 허위로 조작된 청구서만이 CBP 측에 제출돼 관세 보고에 적용됐다.
그 결과 앰비앙스는 4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수입 물품에 대해 8,260만 달러 가량을 누락시켜 약 1,710만 달러의 관세를 포탈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앰비앙스는 1만 달러 이상의 현금 거래는 반드시 연방 재무부에 보고를 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앰비언스의 직원들은 2년 이상에 걸쳐 1,100만 달러가 넘는 거래액에 대해 총 364차례의 현금 거래를 하면서 이를 숨긴 혐의다.

관세 포탈혐의를 받은 노상범 소유의 앰비앙스 웨어하우스를 급습하던 관세청 직원들.


검찰은 앰비앙스 측이 이들 현금 거래에 대해서도 이중장부를 사용했으며, 일부 거래는 노 씨의 지시에 따라 외부 회계사에게도 숨겨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앰비앙스 USA Inc와 어패럴라인 USA Inc 등 2개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앰비앙스 어패럴 업체 측도 공모, 돈세탁, 관세 포탈 등 총 8건의 혐의를 인정했다.  또 노 씨는 1건의 공모 혐의와 1건의 허위 세금보고 등 혐의를 인정했으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연방 교도소에서 최대 8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지만, 노 대표를 변호하는 로펌측의 적극적인 변호로 인해 1년1일이라는 이례적인 감형이 이뤄진 것이다. 

또 노 씨는 유죄협상 과정에서 압류당한 현금 3630만 달러 전액을 포기하고, 8156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이 모두 판결에 반영된 것이다. 이에 앞서 연방검찰은 지난 11월 19일 양형 가이드라인상 범법레벨 25에 해당되며, 이 가이드라인 상 최저형량인 57개월 형을 구형한 반면, 노 씨 측은 지난해 11월 22일, 최후변론을 통해‘ 수사에 협조했고 1억 2000만 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배상을 약속한 만큼, 지병 등을 감안해 실형 만을 피해달라’고 읍소한 바 있다.

노 씨 변호인은 최후변론 뒤에도 가족, 친지 등은 물론 학교 동창, 친구, 전 현직 직원, 물품공급 업체 및 판매업체 등 거래선, 한인사회 각계인사 등 수백여 명의 탄원서를 계속해서 제출하며 선처를 구했으며 여기에는 장도원, 장진숙 부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씨와 변호인의 노력에 힘입어 결국엔 검찰 구형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2개월 형을 받음으로써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억2천만 달러를 포탈하고도 고작 1년에 불과한 실형은 변호사업계에서도 다시한번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상기시키며 화제를 빚기도 했다. 

10년간 초고속 성장 배경엔 포에버21  뒷배경 주목

“본인 채무도 못갚고 잠적한 주제에” 피해업주 분노

하지만 한인의류업계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도원, 장진숙의 탄원서 대열에 참여한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며 지적했다. 포에버21이 챕터 11 신청하면서 총 3억4700만 달러의 부채를 졌고, 그과정에서 2500여명의 크고 작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는데도 이에 대해서 법적 책임은 모두 피해갔다는 점이다. 

포에버 21의 파산 신청과 함께 장도원 회장의 뻡뻔한 상도의 파탄은 미국과 한국 밴더들에게 뼈아픈 고통을 주었다. 파산 신청 당시 한국 의류 밴더 14개사에게 장도원 회장은 챕터 11을 통해 회사를 회생시켜 900억원 (당시 미화 약 9,000만 달러) 채무를 갚겠다면서 이 조건에 불응할 때는 채무 변제를 약속할 수 없다고 하자 밴더들은 이 말을 믿고 파산 신청서에 동의했다. 포에버 21의  ‘챕터 11’ 신청은 한마디로 영업을 하면서 채무 지불을 임시 중단하고 회생하여 갚겠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포에버 21은 파산 신청 후 2020년 2월 돌연 주인이 바뀌어 버렸다. 포에버 21이 가장 많은 매장 임대료가 묶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컨소시엄이 8,100만 달러로 인수하면서 부룩필드 그룹, 또 다른 ABG 그룹 등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에 한국 및 미국 한인 밴더들은 새로운 오너에게 채무를 이행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오너들은 ‘모르쇠’로 일관해 한국 및 한인 밴더들은 두번씩이나 포에버 21에게 당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장도원, 장진숙 부부의 감언이설이 담긴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다. 특히 법적으로 파산을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납품을 요구한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연방 파산법정에 사전에 확인하고 단단히 계약을 했었어야 했지만, 한국 채권자 그룹은 미국 법정에 소송으로 피해 보상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요원해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도 LA 자바시장에서 돌고있는 수많은 포에버 21의 피해담이다. 챕터를 눈앞에 두고 눈치 빠른 베테랑 업체나 같은 교인 출신들에게는 물량 발주를 내지 않고 신규 업체들이나 갓 의류업체에 진출한 신출내기 업체들에게 발주를 해 피해를 준 것이다. 포에버21이라는 전국 브랜드로부터 첫 발주를 받게 된 한인 신생 업체들은 50만불에서 100만불치 주문을 받아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납품했는데 포에버 21측이 결제를 하지않고 질질 끌다가 결국은 파산 신청으로 한 푼도 못 건지고, 남편과 아내가 따로 자바시장을 떠나 다른 허드렛일을 하게 된 경우도 본지 제보를 통해 수십여 차례 접수되었다. 

이 과정에서 포에버 21의 자금 결제 지연과 땡처리로 주워먹은 악명높은 기법도 파악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포에버 21 기획상품을 만든다며 대량 발주를 주고 캔슬을 때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포에버 21이 9.99불짜리 기획 상품이라고 치자. 발주된 제품이 도착하면 포에버21은 원단, 디자인, 치수, 봉제 상태 등 문제삼아 바로 캔슬한다. 피땀흘려 납품한 업체들은 망연자실. 대량 물량을 납품한데다 포에버 21 기획상품에 딱 맞는 제품이라 다른 곳에 팔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피해업체는 수주간 사방에서 돈달라는 압박을 받다가 결국엔 포에버21측으로부터 땡처리 할 바에야 싸게 넘기라고 연락이 온다. 이때 업체가 피눈물 흘리며 넘기는 가격은 1달러 10센트. 인건비를 건지기는 커녕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 금액이라도 받아야 최소한 직원들 급여라도 줄 수 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을 넘겼다. 

이런 포에버 21의 악명높은 비즈니스 행태는 돌아보지도 않고, 본인의 채무로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도 없이  다른 이를 위해 법정에 선처를 구하며 탄원서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항간에는 이미 두 사람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도원 회장이 새로 준비하는 사업이 있고, 자금 지원을 받거나 협력 업체로 손을 잡으려면 노 대표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부동산 등으로 빼돌린 자금을 수면 위로 꺼내긴 어려운 상황이고, 피해자들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만큼 뭉칫돈을 움직이기 보다는 노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자금책을 가동하는 편이 용이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예측이 아예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앰비앙스의 초고속 성장에는 그간 대형 바이어인 포에버21의 막강한 지원 없이는 있을 수 없던 일. 

엠비앙스는 다른 1세대 의류업체들과 비교해 10여년 늦게 시작했지만 그간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지금은 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대형 업체로 성장했지만 10여전만해도 앰비앙스 보다 두배 이상 규모가 컸던 업체들도 많았다. 지난 2014년에는 중견 데님업체 ‘왁스진’을 인수해 앰비앙스가 데님 시장에 뛰어들면서 승승장구했다.

앰비앙스가 데님시장에 뛰어들면서 미국내 데님시장을 좌우하는 뉴욕 지역과 LA의 경쟁구도가 정립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LA패션디스트릭트의 중심인 타운 애비뉴와 스탠포드길에 걸친 5만5천 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을 매입, 초대형 홀세일 매장을 오픈하면서부터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평도 있다.

LA다운타운 지역을 기반으로한 의류제조업체의 홀세일 매장 규모는 크다고 해봐야 5천 스퀘어피트를 넘지 않게 마련인데 그 10배가 넘는 매장을 마련해 의류 홀세일러의 모델이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엠비앙스는 2000년도 초반부터 본격화된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 21의 약진과 함께 급성장했다. 게다가 레인보우, 로스, TJ맥스, 샤를로스 등에 납품하며 최근 10년새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업체가 되었다. 불과 10년만에3억달러 매출을 찍은 것은 포에버21의 장씨 부부와의 긴밀한 관계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앰비앙스 관계자는 거액의 세금 추징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억 1,800만달러의 체납세금을 6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해 매출 규모가 3억달러가 넘는 앰비앙스가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제임스 유 기자

/전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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