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를 죽이는 세력(4) 코로나 직격탄 자바시장
도피자 70%이상이 경영난에 의한 잠적
‘패션노바’ 등 물량 줄이고 오더 캔슬 여파
LA한인사회 젖줄 ‘다운타운 자바시장’이 갈수록 매달라가고 있다. 코로나라는 유래없는 가뭄을 만나서이다. LA 다운타운 의류시장이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 3년째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0여년 전부터FBI자바시장 급습, 현금 거래 위축, 포에버21파산, 러브 컬쳐 파산 등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힘들게 유지해온 의류업계는 올해 들어 ‘패션노바’까지 물량을 줄이자 불황의 체감온도가 정점에 치닫고 있다.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극심한 불황은 한인타운 경제에 직접 연관돼 타운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한인사회 전반에 지대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상태로 수개월 더 계속된다면 한인타운 경기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아마존 등 IT유통업계의 온라인 바람으로 한인 의류업계가 오히려 의류 수입의 다변화된 수입선과 노동청의 노동법 위반 단속, 최저임금 인상 등그동안 쌓였던 악재들이 한 번에 터진 듯 최악의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현황을 취재했다.
매출 떨어지고 원단 가격 올라 속수무책
온라인 쇼핑몰 공세에 빈 가게 점점 늘어
“아~ 키머니여” 권리금•임대료 하락 지속
“이대로 가다간 연내에 50% 문닫을 수도”
대금 안갚고 셔터문 내린채 야반도주
최근 자바시장과 의류시장을 둘러싼 해괴한 소문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다운타운의 내로라하는 의류 업자들이 부채 급증에 파산사태가 속출하거나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0일 12가와 크로커 인근 한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모씨는 최근 원단업자에게 줄 수십 만 달러 가량의 미수금을 갚지 않지 않은 채 잠적했다. A모씨와 연락이 닿지 않은 원단업자들은 A사장의 업소를 갔지만 이미 업소 문은 며칠 째 열지 않은 듯 먼지만 쌓여 있었다.
야반도주 사태가 잦자 원단업자들은 협회를 통해 오래전부터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나름대로의 대책마련을 세우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업체들에게 원단 공급을 줄이거나 아예 공급을 중단해 왔다. 특히 업자들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단을 외상을 받아다가 제품을 만들어 원가 이하에 판매해 자금을 회전시켜 왔으나 이제 그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손을 드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대형 업체들이 불경기로 인해 하청이 급감하거나 아예 주문을 하지 않아 일감을 대비해 원단만 구입해 놓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급증해 봉제업계는 초비상사태를 맞았다. 다운타운 자바시장을 무대로 팩토링 회사들도 과거와 달리 주문장으로 대출을 해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추가적인 개인 담보까지 요구하고 있어 경영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원단업계에 베테랑 세일즈맨을 불리는 김모씨는 “벌써 3년 전부터 매출이 반 이상이 줄었습니다. 원단 판매는 바로 자바시장의 경기를 재는 바로미터인데 원단 매출이 갑자기 줄었다면 제조나 판매가 그 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자바시장의 문제점을 압축해 말했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아요’라고 말하는 김씨는 ‘원단 판매가 줄면 염색공장의 염색 작업이 줄고 의류제조업자들의 의류 생산이 감소하고 봉제공장의 일감이 줄었다는 것. 한 마디로 모든 의류업계의 모든 라인이 어렵다는 것이다’이라고 말하며 ‘원단 업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여기에 가뜩이나 불경기에 고통을 받는 봉제업계는 연방과 주노동청이 계속되는 합동단속으로 사면초가 상황이다. 봉제업계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노동청 단속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어 업자들은 좌불안석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연방정부의 지원이 계속되면서 인력 구하기는 너무 어렵고, 인력을 채용한다 해도 최저시급이 인상돼 업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봉제공장들에 대한 노동청의 단속이 늘어나면서 봉제업계는 설상가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여름철을 맞아 불경기가 허덕이는 상황에서 노동청의 단속은 그야말로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다.
그나마 일거리가 있는 업체들마저도 종업원을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감이 없어 하루는 일하고 하루는 쉬는 방법으로 공장을 연명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일부 봉제업소들은 어렵게 구한 직원들을 해고할 수도 없어 1주일 일감을 하루 일하는 시간을 줄여 2주일에 하는 식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연명하는 업소가 대부분이고, 이러지도 못하는 업소들은 아예 문을 닫고 있다. 최근의 이런 상황에 대하여 봉제업 관계자들은 ‘10년 동안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는 그는 업계 전체에 일감이 줄잡아 30-40%는 줄었다’고 밝히면서 봉제업계에서는 종업원이 70-100명 수준은 넘어야 이익이 발생하지만 상황이 어려워 50명으로 줄였다가 다시 20-30명으로 줄이면 렌트비 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업주가 대부분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렌트비 문제다. 업주들은 약 1000스케어피트에 적게는 1만 달러에서 많게는 15,000달러까지 내고 있지만 입주 시 낸 키머니까지 합치면 스케어피트당 20달러 꼴로, 장사가 잘돼도 렌트비 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 다운타운 자바시장 건물은 거의 중국인들이 점령하고 있지만 거의 대동소이한 상황이라 웬만하게 비즈니스가 잘 된다고 해도 높은 렌트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다운타운 자바시장 입주자들의 말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대형 소매체인에 납품하는 의류업자들은 전반적인 미국 불경기로 납품 물량이 적어 마진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의류제조 업소들의 매출은 30-40% 감소했으며 최근 들어 그 이상 급감하고 있어 업주들의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남미 바이어 ‘줄고’ 노동청 단속 ‘늘고’
가장 심각한 것은 로컬이나 남미 바이어를 상대하는 의류업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LA 자바시장에서 의류를 조달하던 멕시코 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멕시코 바이어들은 중국에서 직접 수입을 하는 등 수입선을 바꾸면서 다운타운 자바시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적대적 외교관계에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원치 않아 수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베네주엘라 바이어들도 자바시장 방문이 크게 감소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노동청 봉제공장 단속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다. 일단 적발되면 원청업자인 의류업자도 책임이 있어 벌금을 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 간의 미국 불경기에도 어렵게 잘 버텨오던 한인의류시장이 3년전부터 갑자기 어려움에 처한 것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 탓도 있지만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것들이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단이나 의류제품은 인건비 등으로 제조원가가 높은 미국보다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직접 제품을 수입하거나 제품하청을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춰 LA에서 제작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LA한인의류시장에서 유통되는 의류의 70% 이상이 중국제이고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중국제가 원단이나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불만이 많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가격이 싼 제품에 고객들의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의류업자들도 미국내 생산보다는 수입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한인 자바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원인은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계의 관세 등에 관한 변화다. 멕시코 등 남미 바이어들이 자바시장에서는 큰손이지만 수년전부터 거의 자취를 감추고 소규모의 바이어들이나 보따리장사들만 간간히 찾는 정도다.
멕시코 바이어들이 한때 한인의류상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이제는 10%도 안 될 정도 밖에 되지 않은데 이는 수년전 멕시코 당국의 관세인하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멕시코 바이어들은 점차 값싼 중국으로 수입선을 옮겨가 이제는 소규모 바이어나 보따리 장사들이나 자바시장을 찾는 수준으로 변한 것이다. 멕시코 바이어들은 중국제품을 LA 자바시장에서 구입하고 미국산으로 상표를 바꿔 이익을 남기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자바시장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베네주엘라의 경우는 사베츠 대통령의 미국 제품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인해 가급적 미국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크레딧 카드 사용까지 검토해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정책을 펴고 있다고 의류업계는 전했다.
포에버 빈자리 채워준 ‘패션노바’의 침체 큰몫
‘포에버 21’ ‘러브컬쳐’ 파산 이후 한인의류 큰손이 사라지면서 자바시장의 경기는 더 힘들어졌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60%를 차지하던 ‘패션노바’의 납품 비율이 10% 정도 더 떨어지면서 자바시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포에버 21을 대신해 자리를 하던 ‘패션노바’에 제품을 납품하던 업자들은 물론이고 원단, 봉제 등의 일감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것. 나머지 20%도 ‘패션노바’ 사주의 친한 유대인 인맥이 납품하고 있어 일반 의류업자들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업계는 말하고 있다. 게다가 패션노바도 예전 악명이 높았던 ‘포에버21’의 반품제도를 모방하고 있는 추세다. ‘패션노바’는 초기에는 결제를 잘해 주다가 최근 물량이 급증하고 수익이 감소되면서 제품 납품을 받은 후 철저한 검사를 통해 반품시키는 경향이 많아 납품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품을 당하면 처리할 곳이 없어 땡처리를 할 수 밖에 없고 이 땡처리된 물건은 다시 ‘패션노바’가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얘기라고 업계는 말한다.
이런 일련의 문제점에 대해 의류업계와 자바시장은 공통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업계를 살리기 위한 피나는 공동의 노력과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안으로 50% 이상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 심각한 분위기다. 은행들조차도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신규대출을 억제하거나 동결시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오히려 추가 담보를 요구해 업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임스 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