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몰 신상곤 대표 갑작스런 사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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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미주사회에서 농수산물 유통으로 빠른 확장세를 보였던 ‘울타리USA’의 신상곤 대표가 지난 1월말 대표직을 사퇴하고 한국으로 급하게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그 사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타리USA는 서점내 특산품 판매점으로 시작해 미국내 K-푸드 프리미엄 이커머스업체로 알려지며 최근 수년새 미 전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활발하게 영업을 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식품을 가장 싸고 빠르게 집앞까지 배달하겠다는 초심을 잃고 오히려 한인마켓보다 2~3배 비싼 가격을 책정해서 한인 소비자들로부터 폭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직 직원들로부터 한국 지방자치단체 주재관들에게 향응대접와 촌지제공 등을 갖은 편법을 통해 농수산물 수출 독과점 이권에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해 한 벤처캐피탈로부터 거액의 투자금까지 받으며 한인 이커머스 업체의 기린아로 성장하던 신상곤 대표가 왜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직을 내려놓 한국으로 급하게 줄행랑을 친 배경을 일요뉴스가 집중취재했다. <탐사보도팀>

지난달 말 울타리USA를 창업한 신상곤 대표의 퇴임 발표가 알려지자 LA한인사회가 술렁거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에서 동정소식과 광고를 통해 알려오던 낯익은 업체였기 때문이었다.

울타리몰 USA는 2월초 지난 1월 26일 대표 이.취임식을 갖고 신상곤 대표가 퇴임하고 같은 중앙대 후배 김민혁 대표가 취임했다고 밝혔다. 한창 사업확장에 힘써야 할 창업대표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주변에서는 그 이유를 찾기에 바빴다. 이 취임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신상곤 전임대표 명예 퇴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였다.  이,취임식 문구만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왜 ‘명예로운’의 수식어를 붙이는지 오히려 회사측의 대응이 과도할 정도로 이상했다는 게 내부 직원의 전언이었다.

울타리USA는 한국식품 이커머스를 표방하며 창업한지, 3년이 채 되나지 않았고 벤처캐피탈로부터 창업을 지원받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창업주가 퇴직한 것은 뭔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왜 였을까?

일요뉴스 탐사팀이 전직 직원들과 주변인을 상대로 탐문 취재에 나서자 그 ‘명예스러운’의 감춰진 실상이 드러났다.

그동안 울타리몰의 초고속성장의 베일을 벗기자 불체자 고용, 오버타임 위반 등으로 노동법 소송에 연루돼 있는 한편, 초기 투자파트너와는 투자금 횡령건으로 신상곤 대표가 심한 분쟁을 겪는 불편한 진실들이 튀어나왔다. 또 한국 지자체에서 특정업체를 소개받거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주재원들에게 금품살포 및 유흥으로 접대해온 사실도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방단치단체장들의 선거 전략에 맞춰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서로의 요구에 따라 수많은 수출MOU체결을 남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 대표는 한국 중앙 및 지방 정부로부터 각종 수출장려지원금, 물류 비용 등을 지원받아 미국내 다른 유통업체 경쟁자들과 달리 ‘땅집고 헤엄치기’식의 사업을 펼쳐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관체청으로부터 세금 포탈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고 미국 국세청(IRS)의 자금 추적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는 등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내던지고 한국으로 급작스레 도주한 것이 이번 사퇴의 전모였다. 

서점에서 울타리몰을 창업하게 된 발단

신상곤 울타리몰 대표는 오랫동안 LA인근 토랜스에서 서점을 운영해 왔다.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서점에서 책 판매가 급감하면서 한국에서 들여온 특산품을 갖다 놓고 파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한국 지자체들이 미국 농수산물 축제에 참가한 후 재고상품을 처리해야 하는데 마땅히 처리할 곳을 못찾자 신 대표가 재고 농수산물 제품들을 거의 헐값에 주워오다시피 하며 갖고 왔다. 무상으로 갖고온 제품을 마치 정가에서 세일한 세품으로 내놓자 마켓보다 싸다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을 끌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선거를 앞둔 한국 지자체들의 정치적인 입장과 맞아 떨어졌다. 한국은 도지사부터 시장에 이르기까지 재선을 앞두고 경제적인 성과를 보여야 했다. 이중에서 해외 특히 미국의 농수산물 업체와의 MOU계약은 예상 매출도 구체적이고 홍보효과도 그만이었다. 이들 관료들은 재직중 해외 수출건을 늘어야 선거에서 유리했기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한인 대형마켓 등과 협의에 매달렸지만 한인대형마켓의 납품단가가 너무 낮은데다 결제도 늦어 오히려 본계약이 되더라도 한국업체들이 납품하기를 꺼려했다.

울타리몰을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초기에 ‘재고떨이’ 제품으로 재미를 본 울타리몰은 한국 지방정부에 연락해 제품 가짓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신 대표는 매입 자금이 부족하자 중앙대 출신으로 큰 사업을 하고 있는 대학선배 A씨를 찾아가 초기 투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시기에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한인들이 마켓출입을 꺼리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울타리몰은 날개돋친 듯 매출이 늘어났다.

하지만 농수산물 유통사업의 사업성이 확인되자 신대표와 A씨간에 분쟁이 벌어졌다. A씨는 울타리몰에 돈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신에게 미주 지사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본인의 경영참여와 이익 배분을 원했고, 신 대표는 본인이 창업한 만큼 경영 전권을 갖기 원했다.

A씨의 한 지인은 “중앙대 선후배라고 소개했는데 사업이 성공하자 서로 경영권과 수익을 놓고 싸우는 모습이 좋지 않아 중재를 많이 시도했으나 서로 입장차가 달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자 밀어내고 VC 손잡아…일부 개인빚 갚기도

그러자 신 대표는 초기 투자자 지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서 투자금 유치에 나섰다.

2022년 2월 28일 신 대표는 한국 투자사들로부터 2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그전 투자까지 합하면 356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 슈피겐,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등 벤처투자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선배는 신 대표에 지분희석에 항의하고 반격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신 대표는 이렇게 들어온 자금을 기반으로 남가주 매장을 3개로 확대하며 품목 늘리기에 나섰다. 또한, 미국 지사에서 나와있는 각 도 농수산물 수출 주재원들을 만나 향응접대과 촌지를 두둑히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컽으로 내세운 명분은 한국 농수산물 미국 수출 확대이었다. 주재원들은 본인들이 직접 세일즈해도 모자랄 판에 직접 찾아와 융숭한 대접을 하고 지도 챙겨주니 울타리몰로 밀어주기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울타리몰은 정부의 수출지원금, 물류비 지원 등 각종 명목으로 한 업체당 최고 2500만원까지 지원을 받게 됐다. 이런 지원금으로 신 대표님은 일부는 물류비와 광고비로 하고, 일부는 그동안 사업하며 진 개인빚을 갚는데 썼다.

그런데 수출 물량이 적을 때는 이런 개인적 용도로 쓴 자금 출처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한해 1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다 보니 이렇게 모르게 쓴 비용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지자체 지원받고도 고마진 정책유지에 소비자들 ‘분통’

VC투자 받아 초기 투자자 밀어내려다 경영권 분쟁

직원들 야간, 주말근무 강요로 퇴사 일쑤…노동법 위반

자자체들이 수출 성과에 목매고 있다는 걸 알게되자 울타리몰이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섰다. 지자체와의 독점 결탁은 결국 미주한인들에게 농수산물을 비싸게 사게 하는 고마진을 형성시키는 유통구조를 만들게 됐다.

울타리몰은 짧은 시간내 성장하다 보니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최소한 이커머스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해서 젊은 직원들을 쓰야 했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자 신 대표가 출석하는 교회를 통해 인력을 조달했다. 교회에서 영입한 아줌마 부대들이 종교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 끼리끼리 모이는 등 폐쇄적이고 업무역량이 떨어져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잦은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서 J1비자로 들어온 인턴들을 주로 활용했고 이 과정에서 일주일 60시간 이상 혹사시키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부 인턴들은 혹독한 근무여건을 못이기고 그만두기도 했으나, 일부는 영주권 수속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했다.

울타리를 떠난 한 인턴은 “우리가 미국에 인턴으로 근무지를 자유롭게 옮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자마자 야간에도, 주말에도 계속 근무를 요구해 왔다”며 “분기별 정기세일,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세일 등에는 70~80시간 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턴 J모는 “근무 명세서에도 없는 일들을 수시로 시켰고 가장 심한 것은 인턴끼리 노골적으로 경쟁을 시켰고 불만을 표출하면 내보내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울타리몰 몰아주기 폐해 “결국 미주 한인들 부담으로”

한국 지자체에서 울타리몰로 몰아주기의 폐해는 경쟁업체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주 한인들에게 쏟아졌다. 신 대표가 지난 2년간 한국 지자체, 업체들과 남발한 수출 MOU는 200여개 업체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수출업체로부터 각종 마케팅, 물류 비용 지원을 약속 받았다. 또 언론 노출을 위해 소액의 기부금들을 내놓으면서 “성공한 미국 사업가”로 포장하며 도청, 시, 군민들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LA농수산물 유통업체 B사의 한 간부는 “한국 지자체로선 미주지역에 많이 수출될수록 납품업체, 도민, 지방정부과 모두 좋아지는 데 우리가 신청하면 업체로부터 물량이 없어 배정을 할 수 없다거나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우리가 요청했던 제품이 울타리몰 사이트에서는 세일품목으로 잡혀 나갈 정도로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지자체와 울타리몰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울타리몰과 지자체와의 독점 결탁은 결국 미주한인들에게 고마진을 형성시키는 유통구조를 만들게 됐다. 사진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는 신상곤 울타리몰 대표.

최근까지 울타리몰을 애용했던 한인은 “코로나 기간처럼 외출이 힘들때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농수산물을 살수 있어서 계속 이용했는데, 언제부터 가격이 너무 올라서 몇개 사지 않더라도 1~2백불이 훌쩍 넘어선다. 운전하기 번거로워도 한인마켓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토렌스에 사는 한인(52)은 “모친이 한국 특산품을 즐겨해 조금 비싸더라도 울타리몰에 가서 구입을 했는데 최근엔 가격이 많이 올라 마켓을 가고있다. 직원들이 싸게 팔아 남는게 없다던 울타리몰이 한국 지자체로부터 물류비와 수출지원금까지 지원받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런 업체가 마켓보다 비싸게 팔면서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혔다.

미주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한지 불과 1년도 안돼 울타리몰을 내팽개치고 한국으로 줄행랑을 친 신상곤 대표는 한국에선 국세청, 세관, 감사원의 조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IRS에서 세금 및 횡령, 관세 포탈 등으로 계속 조사대상업체에 올려놓고 있어 쉽게 끝나지 않을 문제이다.

창업 초기에서 함께한 같은 대학 후배인 김민혁 대표를 현 울타리USA 대표로 세워놓고 한국에서 뒤에서 계속 조정을 하며 그림자 경영을 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김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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