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날’ 이체…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의혹 또 다른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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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0일 거래량 평소의 6배…전문가들 “주가조작 실패해 정리한 날” 해석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이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해소시키기 위해 김 씨 주식계좌 거래내역까지 공개했지만 오히려 의문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일요신문은 2010년 5월 20일 신한증권과 동부증권 간 거래에 삭제된 내역이 ‘출고’가 아닌 ‘입고’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관련기사 [단독] ‘출고 아닌 입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새 단서). 그런데 일부에선 왜 하필 5월 20일 거래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12월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이 “(김건희 씨) 신한증권 계좌 공개할 수 있나”라고 압박하자, 윤석열 후보는 “2010년 때 계좌 공개하겠다”고 맞받았다. 이어 윤석열 후보 측은 10월 20일 김건희 씨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했다. 2009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2년 치를 조회, 그중 2009년 12월 4일부터 2010년 5월 20일까지의 거래내역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 측은 “김건희 씨는 이정필 씨가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이니 믿고 맡기면 된다는 말을 믿고 2010년 1월 14일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일임했다”며 “네 달 정도 맡기니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 주식을 매매했는데, 4000만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래서 2010년 5월 20일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건희 씨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김으로써 이정필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개된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2010년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57만 3000여 주(14억 5000억여 원)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 5월 20일 김건희 씨 명의의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계좌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거래가 진행됐다.

주식 전문가들과 정치권 관계자들은 거래가 이뤄진 5월 20일 날짜를 두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해하기 힘든 거래 움직임이 감지된 날 김건희 씨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2010년 5월 20일 거래량을 보면 105만 1070주에 달한다. 전날 거래량은 8만 4190주, 다음 날은 31만 253주에 그쳤다. 5월 20일을 제외한 5월 한 달 거래량 총합이 299만 6714주, 하루 평균치도 16만 6484주에 불과했다. 평균 거래량의 6배가 넘는 거래가 5월 20일 하루에 이뤄진 셈이다.

비정상적인 거래량 급등에 전문가들은 주가조작 작전세력이 움직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작전에 대해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5월 20일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이 끝난 날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이렇다. 

“5월 20일 주식차트를 보면 2440원에서 시작해 7.38%가 올라 2620원에 고가를 형성한다. 또한 주가가 빠져 2380원까지 저가를 찍고 종가는 시가 대비 10원 오른 2450원에 마감된다. 작전 세력이 고점에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많은 물량이 매도되니 주가가 뚝 떨어졌다가, 회복한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5월 20일은 작전세력이 작전을 끝내고 정리한 날이다.”

이날 정리한 것은 작전이 실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2월에서 5월 도이치모터스 주식 그래프를 보면 작전이 들어갔다고 보기 애매하다. 3월 말 잠깐 사고팔고를 반복하며 오른 것 말고는 거래량 자체가 미미하다. 작전 세력 수중에 주식 물량이 충분해야 주가를 흔들 수 있다. 그런데 주식을 내놓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자꾸 당겨가니까 물량이 부족했던 거다. 그래서 작전 세력 입장에서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훼방을 놓는 이들이 있어, 이번 작전은 실패했다고 판단해 5월 20일 손 털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작전을 마무리하면서 작전에 주식과 자금을 제공한 ‘전주’들에게 현금을 돌려주기 위해 많은 주식을 시장에 내놔 현금화했다는 뜻이다. 김건희 씨가 5월 20일 신한증권과 동부증권 사이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진행한 것도 작전세력의 정리 과정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기도 하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그래프에서 2010년 5월 20일 거래량이 평소에 비해 폭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진=네이버 금융 화면 캡처

주가조작 세력은 1차 작전 실패 후 4개월 후인 2010년 9월쯤 작전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가조작 ‘선수’로 지목돼 도피하다 37일 만에 검거돼 구속기소된 이정필 씨 말에서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씨는 2021년 초 KBS 취재진과 통화에서 “내가 볼 때는 (주가조작은) 9월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주가를 보니까 2010년 9월 매수세가 확 늘어났다”며 “2010년 말부터 2011년 3월 초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끝까지 갔었을 때가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주가 차트가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어서 여기저기 알아봤다. B 사모펀드가 작전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라며 “B 사모펀드를 이 아무개 회장이 운영했는데 도이치모터스 정도의 크지 않은 회사 주가를 움직일 정도 자금은 운영하고 있었다. 그때 T 증권사 강남지점 관계자가 이 회장과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을 연결시켜줬다고 들었다. 도이치모터스의 경우 전체 주식의 절반 정도를 오너인 권오수 회장과 몇몇 대주주들이 갖고 있어 움직이기가 편했을 거다”라고도 했다.


따라서 김건희 씨가 주식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날에 자신도 계좌 이체 거래를 진행했고, 추후 주가가 오를 거라 예견하고 주식을 남겨둔 것은 주가조작을 주도한 세력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론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핵심은 김건희 씨가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어느 시점에, 얼마에 매도했는지다. 윤석열 후보 측이 앞서 한 설명대로라면 김건희 씨는 5월 20일 이후에도 57만 주 이상의 도이치모터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201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2013년 12월 31일 기준 도이치모터스 주식 7만 7079주(0.32%)를 보유했던 것으로 나온다. 2010년 5월 20일에서 2013년 12월 31일 사이에 보유 중이던 최소 50여만 주를 처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김 씨가 매입한 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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