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대’ 출신 열등감 ‘절대권력’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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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탐사보도 <7>         

‘제왕적 행장’ 케빈 김 행장이 임기연장을 통해 71세까지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본지 보도에 의해 케빈 김행장의 실체가 드러나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위기의식을 느낀 김 행장은 코로나 이후 은행 실적이 좋을 때 서둘러 임기 연장안을 이사회를 통해 전광석화처럼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법 잘아는 행장이 이사장 겸임이라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평가다. 이처럼 시진핑, 푸틴의 독재자들처럼 은행가에서 보기 어려운 장기 집권을 시도한 케빈 김 행장의심리를 들여다 봤다. ‘그는 왜 제왕이 되고 싶어했는가’를 짚어본다.

후기대 출신 억눌린 자아 열등감 표출

제왕적 행장 케빈 김 행장이 집착하는 그 권력욕의 근원은 어디일까.  케빈 김 행장의 제왕적 권력 추구에 대해 한 심리전문가는“성장기 억눌린 자아가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분석은 한국에서 좌절된 욕망이 미국에서 성공 신화 집착을 불렀다는 것이다. 케빈 김 행장은 서울대 지원했다 떨어진 후기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힘들어 했다. 당시는 본고사 시절이라 서울법대에 떨어지면 재수대신 후기대인 성균관법대를 지원했고, 서울공대에 떨어지면 한양공대, SKY(서울대, 연대, 고대) 인문계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외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이 많았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꽤 한다고 자부했던 그는 서울대 불합격 통보를 받자 비통해 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고 한국외대 영어과(76학번)로 입학했지만 학교는 가는 둥 마는 둥 했다. 당시 동기생은 그때 그를 기억하기를 “초창기에는 학교 수업을 잘 나오질 않아 얼굴 보기도 어려웠다. 가끔 만나도 내성적인 성격이라 눈에 띄지 않는조용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고교 동기생들의 승승장구 소식에 이대로 한국에서 있다간 영영 뒤처질 것 같았다. 게다가 영어과 전공은 한국사회에서 돈 벌고출세하는 데 큰 도움이 못되었다는 판단이 섰다. 과 선배들이 국정원이나 외교부로 진로를 정한 경우가 많았고 대기업쪽에선 상대 출신을 선호해 자칫 통역관 정도로 취급되는 상황이 불만족스러웠다. 대학 졸업 후 UCLA 경영대학원(MBA)을 지원한 것도이런 상황을 바꿔보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유학 가서 판을 뒤집어 보자’고 야심차게 미국을 와서 MBA도 땄지만 미국내 취업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회계사들이 있어서 CPA사무실을 하나 더 연다고 해도 대대적 마케팅 없이는 존재감을 갖기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변호사 시험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MBA-회계사-로스쿨을 전전했지만 현실은 너무 척박했다. 상법 전문 변호사’ 케빈 김. 개업 첫해에는 파리 하나 날리지 않는다는 표현처럼 혼자서 멍하니 자리를 지키다가 나온 적이 많았다. 이때 그는 돈없고 힘없으면 누구도 쳐다 보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김 행장이 마음 속 깊은 곳에 누구보다 처철한 권력의지를 갖게 된 것도 이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그는 글로벌 위기로 은행권이 흔들릴 때 중앙은행 이사로 은행권 이사로 입성했다.

타인 인정받는 ‘성공의 꼬리표’에 집착

케빈 김 행장은 2027년 3월 31일까지 5년 더 임기를 연장됐다. 특히 2017년의 고용 계약 조건과 유사하게 5년 임기후 양측(이사회와 김 행장)이 재계약과 관련 이견이 없으면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2029년 3월 31일 이후에는 연장이 불가하다. 따라서  김 행장은 앞으로 최장 7년간 더 뱅크오브호프를 이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꼼수의 달인’인김 행장은 이번 임기연장처럼 임기 종료 전에 이사회를 소집해 언제든지 연임불가 조항을 바꿀 수 있기에 사실상본인이 원하는 시기만큼 있을 수 있는 장기집권의 토대가 마련됐다. 이미 천만장자 반열에다 매년 총컴펜세이션 규모를 350만 달러로 올린 케빈 김 행장은 본인의 성공을 인정받기 위한 대외적인 ‘꼬리표’에 집착했다. 특별한 자격조건을 갖춰야 가입되는 ‘윌셔 컨트리 클럽’을 가입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으며, 행장을 위한 의료서비스는 ‘시더스 사이나이’병원 등으로 아주 한줄 한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다. 

LPGA 스폰서십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자리에서 우승 골퍼선수와 트로피를 전달하는 그 모먼트를 가장 즐긴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권력을 쥐려면 ‘이사회 장악’ 하라

나라-중앙 합병, 그리고 윌셔와 BBCN 합병 때도 한정된 이사직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게임의 룰’을 터득했다. 김 행장은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한 명씩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17년 이후 총13명이었던 뱅크오브 호프 이사회에서 6명의 이사가 물갈이 됐다. BBCN 나 뱅크오브호프처럼 합병 시기가 아닌데도 큰 폭의 이사 변동이었다.

평소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해줬다라도 김 행장이 이사회를 꾸려갈 때 짐이 된다 싶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사회에서 내보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죽을 쓰고 있는 케빈 김을 중앙은행 이사로 영입한 ‘대부’같은 김상훈 이사를 존재가치가 없어지자 나이를 핑계로 친했던 이사들조차 내친 것도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지난 해 동반 퇴진했던 이정현, 정진철 이사는 중앙은행 시절부터 지금까지 35년간 은행의 이사로 재직하며 수 차례에 걸친 은행 합병작업을 같이 해왔지만 김행장이 권력의 정점에 섰고 앞으로 걸림돌이 되었다면 가차없이 제거했다.

김 행장은 고령의 미국인 이사들을 영입해 자신의 거수기로 세웠다. 특별한 일이 없이도 한해 연봉으로 15~20만불을 받고 수많은 특전을 받는 은행 이사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거수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인 이사들이 조인하게 되면서  ‘감 놔라, 배놔라’   말이 많던 한인 1세 이사들은 영어 구사력이 좋지 못하다 보니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기라인을 구축하며 이사회를지배했다.

같은 외대출신으로 김 행장의 2년 선배인 도진호 이사의 경우는 김 행장의 야인 시절에 그를 도왔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발탁되었다. 새로 이사회에 조인한 김준경 이사도 김 행장과 같은 교회 구역모임 출신이라는 점에서 사적 인연이 바탕이 되었다.

이처럼 은행 이사나 은행간부의 영입과 퇴출을 김 행장의 주도로 진행하면서 은행 전체의 운영을 제왕처럼 좌지우지 하게 됐다. 

줄 세우기’의 달인

그간이사회 전쟁을 통해 케빈 김 행장은 줄세우기의 달인이 되었다. ‘나와 함께 해야 동지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 동지는 챙기고, 적은 버린다’.

이런 단순한 피아식법을 통해 이사회를 의사결정 수직화에 성공했다. 이런 심플한 메시지는 은행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평소 행장과 친하다고 해서 회의실에서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간 바로 경고가 날라온다. 이를 눈치를 못 채고 행장 의견과 반대되는 직언을 한 두번 더 했다간 “너, 다음부터 회의 나오지 마”라는 김 행장의 통첩이 온다.

한 번 눈 밖에 나서 ‘뒷끝’이 작렬인게 제왕적 은행장의 특징이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고 나간 경우는 놔두지만 자기를 거슬리고 은행 밖으로 나간 간부는 아예 같은 한인은행 바닥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둔다. 김 은행장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고서도 그 직원을 채용할 만큼 용기있는 한인은행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행장과 등을 진 직원들이 한인은행 대신 차라리 미국계 은행으로 옮겨가는 것도 이런 영향이다.

뱅크오브호프에서 수석전무로 있다가 나온 A씨도 “은행 능력보다는 개인적 충성을 강조하는 김 행장에게 대꾸했다가 눈 밖에났다”며 “장기적으로 예스맨에 둘러싸인 은행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측근 정치’엔 말로가 안좋아

‘제왕적’ 은행장이 탄생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 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성장이라는 미명아래 행장의 권한이 강화되고, 경영진의 연봉 및 스톡옵션 등 내부 단속이 느슨해 지며 도덕적 해이를 생기게 된다. 또한 행장 한사람을 중심으로 조직내 줄서기,  과도한 보여주기식 행사,  지나친 의전 등 외형적인 데 치중할 수 밖에 없다.케빈 김 행장에게는 문고리 3인방이 있다. 직책상 아래로는 알렉스 고 수석전무나 피터 고 COO등 투톱이 있고, 서부지역 브랜치를 총괄하는 제이슨 이  전무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행장의 문고리 권력을 좌지우지 하면 지탄을 받은 간부들은 따로있다. 우유부단한 의사결정으로 본인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 데니얼 김 수석전무나 다른 이사들을 내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인영마케팅 부행장이 대표적이다. 데니얼 김 전무는 은행 예금수취고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외부 개인의 집사 역할을 하며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박인영 부행장은 갑질 상사로 조직의 지탄을 받고 직원들 불만이 가득하지만 눈과 귀가 막힌 은행 조직은 소통이막혀있다.

은행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했던 예전의 벤자민 홍 행장, 유재환 행장, 민수봉 행장과는 다르게 김 행장은 소통이 어렵다보니  미국은행으로 떠나는 유능한 직원들의 이직행렬을 갈수록 늘고 있다.

본인 한풀이는 좋지만 은행의 미래는?

은행 전반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미 빅테크 기업은 예금·대출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뱅킹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슈퍼 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은행은 고객의 모든 접점을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게 되는 단순 상품 제조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어두운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기술한 은행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화는 현재 한인은행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IT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2030년까지 현재 은행의 80%가 폐업하거나 타 은행에 흡수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던 빌 게이츠 (Bill Gates)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디지털 전환 과정은 은행의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로 편의성이 극대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나 금융업으로의 진출을 확대 중인 빅테크와 같은 신규 진입자들은 금융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가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나 고객 충성도는 축소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제왕적 행장 케빈 김 행장의 장기 연임 소식은 일부 직원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핀테크기업과 경쟁력을 키우기에 노력해야 하는데, 강압적인 한국 문화가 지속되어 본질이 아닌 것이 시간을 뺏기는 것이 아닌가.  행장 연봉은 50만불 가량 수직인상된 ‘350만불 플러스 알파’인데 정작직원들의 급여는 그대로이고 미래조차 암울한데 계속 은행에 있어야 할 까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객 예금을 담보로 신용으로 성장하는 은행이 체크와 밸런스를 강조하는 내부 시스템은 제왕적 행장의 등장으로 이미 작동하지않고 있다. 주주에게 단기 이익을 될지 몰라도 고객에게 외면 받고 장기적으로 손실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김 행장의 장기 연임거수기를 자처했던 이사회가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가혹한 경쟁이 시작되는 내년에도 웃을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음호에 계속>

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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