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남기춘 앞에서 끌고
김오수, 주진우, 한동훈 뒤에서 밀어
대장동 의혹에 등장하는 검사들 공통점은 특수통
최재경 중수부장, 윤 주임검사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 대장동 종자돈 마련
곽상도 영장 받아낸 일선 검사 좌천 “대장동 수사 뭉개”
대선 언론보도 막고 ‘무풍 지대’ 연출
‘파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설명하는 핵심어다. 2016년 12월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그는 ‘최순실 특검팀’ 수사팀장을 맡아 정국의 복판에 섰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2019년 6월에는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총장이 됐다.
윤 당선인은 그러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권력과 불화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 4일
물러났다. 같은 해 6월 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 뒤 11월 5일 제1야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다. 3월 9일 대선에서 이기면 검찰총장 사퇴 371일, 정치 입문 254일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특수통 출신 윤 당선인을 막판 대장동 수사를 ‘특수통’
검찰이 온몸으로 막아내며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에게는 여의도에서 오래 교류한 측근이 없다. 대부분은 수개월 남짓 사이에 그의 복심(
腹心)이나 입이 됐지만 그가 믿고 있는 세력은 검찰의 중추, 특수통 검사들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유상범 의원(초선·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은 검찰 시절 윤 후보와 특수부에서 함께 일했다. 2008년
BBK 특검에도 윤 후보와 함께 파견돼 근무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유 단장이 위지만,
사석에서는 윤 후보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윤 당선인은 1994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한 후 2021년 3월 총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27년간 검찰에 있었다. 자연히 그가 맺은 인연의 상당수가 검찰 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 당선인은 검찰 출신을 신뢰하니 그들을
우대하지 않겠느냐 추측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이를 윤 후보의 약한 고리로
여겨 “검찰공화국이 열릴 수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윤 후보를 공식적으로 돕고 있는 검찰 인맥의 핵심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과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다. 석 지검장은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
동기(79학번)로 40년 지기다. 주 전 부장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기소한 인물이다. 야권 소식통은 “주 전 부장은 ‘서초동팀’에 속해 (윤
후보와 관련한) 입장문이 나갈 때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다. 석 지검장 역시 윤 후보가
크게 신뢰하는 상당한 측근”이라고 말했다.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과 손경식 전 창원지검 검사도 윤 당선인을 밀접 보좌했다. 이들은
윤 당선인 본인과 장모 등 ‘가족사건’ 대리인을 맡고 있다. 이 전 지청장은 윤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손 전 검사는 윤 후보가 대구지검 초임 때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윤 후보의 특수부 시절 상관인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은 ‘고발사주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전 총장은 윤 후보의 결혼식 주례를 설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윤 후보와 대검 중수부에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지금도 외곽에서 조력자 노릇을
했었다.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윤대진 검사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자타 공인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한 검사장의 경우 최근 윤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왜
A 검사장을 두려워하나. 그 검사가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었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건가.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윤 검사장은 윤
후보와 함께 각각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이들 특수부들이 윤당선인과 밀접하게 거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막판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덮기 위한 것이 가장
직접적이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설계해서 토건업자들의 배를
불린 사건으로 진행되어 왔다. 5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를 공공개발을
통해 환수했음에도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이 돌아갔단 이유로 비판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정리해보면 사실 이재명은
시행업자들에게 이용당한 초짜 시장에 불과했다. 다만 공공개발이란 대명제에
경도되어 시행사와 공무원 그리고 정치권의 카르텔을 몰랐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 시행업자들도 최후의 승자는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집단인
특수부 검사들이 최후의 승자다. 대장동 사업은 김만배라는 법조기자 출신
브로커가 시행사업을 하면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특수부 검사와 그 인맥을
이용해 벌인 돈 놀음에 불과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의원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새 50억 원이란 돈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장동 사업을 가능하게 했던 진짜 특수부 카르텔의
정황이 여럿 발견됐는데도 이상하게도 수사는 진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수부 카르텔과 이를 배후에서 돕는 검찰은 지금도 애타게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박영수 변호사,
최재경 변호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성근 머니투데이 회장 그리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이다. 주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고,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은 대장동 시행업자 김만배가 속해있던 언론사 사주일
뿐이다.
여기서 윤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 중 각각 50억 원 씩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성남시 대장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던 이들이 왜 50억 원씩이나 받아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을까. 일단 김만배 씨와의 인연이다. 검찰과 법원을 오래 출입한
기자이자 사실상 법조 브로커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씨는 검찰을
출입하면서 여러 검사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의 아버지 역시 유명한 개발업자로서 김 씨는 돈 걱정 없이 회사에 다녔다고
한다. 명절 때에 같은 법조기자들이나 머니투데이 후배들에게 두둑한 명절
떡값을 줬다는 일화도 들린다. 집에 돈이 많았던 그는 법조기자는 그냥
법조인들과 인맥을 쌓기 위한 도구였을 뿐, 실제로는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시행사업을 펼쳤다. 그렇다면 왜 이 사건에 구속된 곽상도 의원을 비롯해
박영수, 최재경, 윤석열 등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것일까. 그 뿌리는 대장동
사업의 최초 자금 마련 과정에서 그 열쇠를 찾을 수 있다. 대장동 개발의
종자돈은 저축은행이 빌려준 1805억 원을 끌어온 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로,
당시 조 씨는 그 대가로 10억 원 이상을 챙겼고, 회사 돈 90억 원을 빼돌리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조씨가 2011년 시작된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의 2차례
수사에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아 검찰이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2011년은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에 저축은행비리 특별수사단이
설치됐는데 당시 중수부장은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었고 중수 2과장이 바로
윤석열 당선인이였다. 그리고 이 때 조 씨의 변호인이 바로 박영수 변호사였다.
조 씨는 김만배 씨 소개로 박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대장동 주요 인사인 남욱 변호사의 지난해 11월 검찰 진술 내용을 보면,
남 변호사와 김만배, 조우형이 두 번째 조사 출석 전에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는데,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조우형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실제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
결국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의 시작은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아 이 돈을 종자돈으로 대장동 땅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발단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팀인 최재경 중수부장-
윤석열 주임검사가 대장동 관련 대출을 수사대상에서 제외시킨 셈이다. 윤
당선인은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한 개발사업만 수사대상으로 대장동 대출은
일반대출이라 제외시켰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시 작성한 공소장에는 일반대출 기소 사건이 2건이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년 뒤 똑같은 범죄혐의로 수원지검 특수부는 조 씨를 구속기소해 징역형까지
선고를 받아냈다.
결국 윤석열 당선인은 직무유기를 했거나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들 수 밖에 없다. 박영수-최재경-윤석열로 이어지는 검찰의 오랜
특수부 라인 중 박영수, 최재경은 50억 클럽이라는데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당선인은 과연 어떤 걸 챙겼을까. 김만배 씨가 윤 당선인 부친의 집을 산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지금 윤석열 캠프 아래
똘똘 뭉쳐 있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윤 당선인은 도우며 자신들의 세상이 다시
도래하길 기다렸던 것이다. 윤 당선인과 함께 BBK 수사를 했던 김홍일 전
검사장은 현재 윤석열 캠프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아예
합류했다. 최재경 변호사나 그리고 윤 후보의 둘도 없는 단짝 남기춘 변호사,
채동욱 전 변호사, 안대희 전 대법관(전 중수부장) 등이 윤 당선인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수시로 캠프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김만배가 윤 당선인 부친의 집을 산 건 ‘우연의 일치’일까?
BBK 면죄부 주도에 이인규-최재경-윤석열 특수부 라인
최고의 권력•이익 집단 검찰이 대장동 수사 무마에 앞장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수사해서 무죄가 나왔다가 추후 수사에서 유죄가
인정된 것은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BBK 실소유주 의혹 사건이다.
윤 후보는 2008년 BBK 특검에 파견돼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라는
논리를 만들어 면죄부가 됐는데 결국 이 사건은 2018년 중앙지검 수사에서
기소돼 이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당시 검찰과 특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혼연일체가 됐고 면죄부를 주도한
인물들이 바로 이인규, 최재경, 윤석열 등 특수부 라인이다. 그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승승장구했다.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을 어설프게 하다가 윤석열이 오늘의 자리에 올랐지만
사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 집단이자 이익집단이다. 이미 대장동
수사나 이번 대선에서 검찰은 윤 후보를 돕고 있다.
일단 대장동 수사에 기초가 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은 이미 검찰이 수사
초반부터 갖고 있었다. 특히 정영학 회계사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교
동문사이다. 그렇다면 이미 50억 클럽이나 돈의 흐름에 대한 기초 자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검찰은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놔둔 채 유동규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가 곽상도 전 의원 얘기가
나오자 수사를 하는 시늉만 했다. 하지만 이 수사 역시 잘 뜯어보면 검찰이
얼마나 부실수사를 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서 ‘50억원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엔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의도적으로 영장 자체를 부실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에
재청구되어 결국 구속됐다. 이번에 곽상도를 구속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검사가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난 것을 계기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서
배제시켰다. 그리고 공소유지를 위해서 통상 했을 법한 파견요청도 하지
않았다.
구속영장 나온 걸로 체면 차렸으니 그걸로 된 거고 기소와 공소유지는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 지금 검찰의 입장이다. 하필 이는 공교롭게도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2월 김오수 검찰총장은 심성좋고 착한 사람이라며
여건되면 같이 일할 거라고 표명한 뒤 이뤄졌다. 윤석열로서는 곽상도는 어쩔
수 없지만, 또 다른 50억 클럽의 멤버이자 자신의 절친인 박영수와 최재경에
대한 수사를 멈춰준 김오수 총장이 심성이 좋고 착한 사람인 셈이다. 이런
특수부 라인들은 지금 윤석열 캠프 안팎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그의 당선만을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스스로도 자신이 대통령 되면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휘두르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미 ‘특수부 공화국’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