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2회 접종, 충분한 면역반응 안 나와” 발표 뒤 2회 접종 승인 신청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미국에서 6개월∼5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백신의 효능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CNN 방송은 이 연령대용 코로나19 백신이 성인이나 청소년용 백신과는 다른 승인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화이자는 1일부터 미 식품의약국(FDA)에 영유아용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EUA)을 위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제출하기 시작했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대행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상황에 비춰 화이자에 데이터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이 예정보다 서둘러 데이터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화이자는 당초 지난해 12월 6개월∼5세 미만 연령대에 대해서는 3회 접종을 정규 접종법으로 해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유아용 백신의 용량은 성인용 용량 30㎍(마이크로그램)의 10분의 1인 3㎍인데 2∼4세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에서 2차례 접종한 결과 10㎍을 맞힌 5∼11세 어린이와 같은 수준의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보다 더 어린 6∼24개월 어린이에게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유증상 감염이 90% 감소하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화이자는 이번에 2회 접종에 대해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2회 접종에 대해 먼저 승인을 받고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3회 접종은 추후에 추가로 승인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다소 ‘변칙적인’ 절차인 셈이다.
보건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변수가 됐다고 설명한다.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오미크론) 때문에 12월에 확보되지 않았던 더 중요한 추가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미국소아과학회(AAP)에 따르면 오미크론 확산기였던 1월 한 달에만 미국에서 어린이 확진자가 350만명이 넘게 나오는 등 어린이 감염자수가 치솟았다.
머시 단장은 “그 데이터가 (백신의) 위험-이익 프로필을 바꾸게 할지는 FDA가 평가할 일이지만 데이터 측면에서 12월 이후 진전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FDA가 백신 접종을 빨리 시작하려고 3회 접종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보호 효과를 제공하지 않는 2회 접종을 먼저 승인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머시 단장도 부모들을 안심시키려 애쓰는 중이다. 그는 이번 승인 신청이 “성인용 코로나19 백신 승인 때와 똑같은, 독립적이고 엄격하며 투명한 검토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영리 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이 1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개월∼5세 미만용 백신이 나오면 곧장 이를 맞히겠다는 부모는 약 30%에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6개월∼5세 미만 연령대 어린이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달 중 시작되면 3회차 접종에 대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올 때쯤에는 이들 어린이가 3회차 접종을 할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6개월∼5세 미만 어린이는 약 1천9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의 사각지대에 있는 연령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