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지난 9일 5% 이상 하락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는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하락을 두고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거래소 크라켄에 스테이킹 서비스와 관련해 제재를 가한 것을 꼽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SEC가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매수·매도’식의 거래 방식에 따른 수수료 사업 외의 사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제재가 글로벌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기존의 수수료 사업 외 스테이킹이나 리저브 사업을 통해 사업의 다각화를 계획했는데, SEC의 크라켄에 대한 규제로, 국내 거래소들의 스테이킹 등 리저브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는 모양새다.
13일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전일 대비 0.33% 하락한 2만175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일 비트코인은 올해 중 처음으로 5% 이상의 하락율을 기록했는데 이날 SEC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에 대해 ‘투자자에게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약 3000만달러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크라켄은 벌금 외에도 이더를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의 스테이킹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더는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슈로 인해 언스테이킹이 불가해 ‘스테이킹 해제 목록’에서 제외됐다.
◇ SEC의 크라켄 제재로 ‘다량의 이더 출금’…“시장 주시해야”
지난해 11월 ‘FTX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여전한 시장에서는 이번 SEC의 제재를 ‘크라켄 사태’라고 표현하며, 가상자산들의 시세에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SEC가 이번엔 스테이킹에 대해서도 세심히 보고 있다”며 “SEC가 내세우는 것은 ‘투자자 보호’이기 때문에 다른 제재에 비해서 시장 내 설득력도 어느 정도 있다. 다만 이것이 코인 시세에 있어서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실제 이번 제재가 발생한 이후, 거래소에서 40만개가 넘는 이더가 출금되기도 했다”며 “고래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번 제재의 여파가 어디까지 가는지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 ‘크라켄 사태 여파’ 불명확하지만 한국 코인거래소 사업에 악영향 줄 수 있어
이번 ‘크라켄 사태’의 여파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SEC의 이번 판단이 한국내 거래소들의 사업에 있어서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SEC는 스테이킹이란 행위를 투자자 스스로가 했을 때와 중앙화 거래소(CEX)가 했을 때 ‘투명성 확보’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화 거래소가 마련한 스테이킹 서비스에 자신의 가상자산을 맡기고 있는데, 중앙화 거래소가 이 같이 모은 가상자산을 스테이킹 서비스에 구동시킨 뒤 다시 고객에게 스테이킹에 대한 보상을 지급할 때, 그 보상에 대한 투명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스테이킹에 대한 운용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SEC가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스테이킹 서비스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추가적인 제재에 대한 가능성도 남아 있다.
◇ 한국 코인거래소들 “스테이킹, 증권성 있다고 보기 어려워”
한국에선 당국이 아직 스테이킹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국내에서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용하는 거래소들의 경우, 스테이킹 서비스 자체가 증권화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 스테이킹은 이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하는 것뿐”이라며 “따라서 증권성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크라켄 사태’와 관련해서는 “크라켄이 단순히 스테이킹 대행을 한 것이 아니라 운용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비트의 스테이킹 서비스와는 차별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규제를 받지만, 스테이킹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신고나 허가가 필요한 형태로 규제가 생긴다면, 해당 규제 이행에 필요한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