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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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추적>

마라톤 330회 완주 미주 최고 기록 보유자

최고의 샤핑몰 ‘플라자 멕시코’ ‘소스몰’ 개발 주역

전체 부동산 지분 50% 오너십. 자살인가? 타살인가?

채민석 대표(앞줄 가운데)는 미주 한인으로서 풀마라톤 330회 이상을 완주한 철인이었다. 사진은 마라톤 300회 완주를 축하했던 2019년 당시 사진.

지난해 10월 10일 4시. 한인 마라톤클럽 ‘포레스트 러너스’ 멤버인 K는 들뜬 마음으로 눈을 떴다. 

이 날은 아름다운 롱비치 해안과 다운타운을 달리는 롱비치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일찍 카풀 차량에 탑승했다. “채 코치님은 안 보이시네요? 벌써 출발하셨나 봐요?” K가 말을 꺼냈다.

평소 같으면 왁자지껄 했을 승합차 안이 조용해졌다. 활달한 성격의 L 코치도, 새벽 잠을 깨우려 농담을 주고 받던 총무도 묵묵부답, 긴 침묵이 흘렀다. 마라톤 완주가 끝나고선 의례적으로 있던 맥주 파티도 없이 코치진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이 클럽에 조인한지 15여년이 되었지만 이번처럼 이상한 마라톤 대회는 경험해 보지 못했다. 

3일 뒤 신문을 펼쳐든 K 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래서였구나. 코치들은 미리 알고 있었구나’.

신문 헤드라인에는 ‘소스몰 개발 주역 채민석 대표 자살’이란 타이틀이 크게 씌여 있었다. (채민석 대표는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에서 채 코치로 불렸다). 매일 러닝 연습을 같이 하던 코치들을 이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채 대표의 자살 사건에 대해 한인 신문에는 이렇게 보도되었다.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 대형 한인 샤핑몰 ‘더 소스’와 린우드의 ‘플라자 멕시코’ 설립자인 채민석(65·사진) 대표가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검시국에 따르면 채민석 대표는 지난달 18일 애나하임 지역에 주차돼 있는 차량 안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검시국에 따르면 채씨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 안에서는 총기가 발견됐다. 채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더 소스’와 ‘플라자 멕시코’ 등 대형 샤핑몰들이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등 심한 재정적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채 대표는 한 때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개발가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진 인사다. 그는 린우드 스왑밋을 경영했었고 남동생 도널드 채(한국명 채동석)씨와 함께 린우드에 초대형 샤핑몰 ‘플라자 멕시코’를 2009년 완공했다. 부지 10에이커에 입주 업소가 200개를 훌쩍 넘는 플라자 멕시코는 한때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찾았을 만큼 주류사회와 멕시칸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유명 샤핑몰이었다. 그러나 부에나팍 소재 대형 샤핑몰 ‘더 소스 몰’을 완공하고 옆에 ‘더 소스 호텔’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플라자 멕시코를 담보로 투자비자(EB-5) 자금을 포함하는 과도한 채무를 끌어들였고 이는 심각한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한인·주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더 소스 몰’과 ‘더 소스 호텔’에 투입된 자금만 약 3억2,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더 소스 호텔’이 지난 2월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플라자 멕시코도 지난 4월 챕터11 파산보호를 연달아 신청했으며 ‘더 소스 몰’은 현재 오픈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상태다.
12에이커 빈땅 부지에 건립한 더 소스몰의 전경. 채민석 대표의 기념비적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이다.

OC 검시국에서는 애나하임 지역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채 회장이 총상을 입고 숨진 발견되었고, 그 차량 안에서 총기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자살로 결론지었다. 

또다른 언론에선 채 대표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최근 주변 친지들이 전하는 내용에 따르면 채 대표는 20년전에 스트로크를 당해 건강상에 위험 신호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전후해 우울증세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원래 강한 성격이라 재활을 위해 마라톤을 끈질기게 연습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끝내 정신적인 무게감을 견디지 못했으며 계속해서 사업까지 힘들어지자 모든 것을 체념한 상황이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채민석 대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마라톤대회를
섭렵할 정도로 삶과 마라톤, 사업에 큰 애정을 갖고
살았던 철인이었다. 그의 죽음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람들은 누구보다 그와 함께 달렸던 포레스트 러너스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다.

하지만 채 대표는 젊은 시절 발병했던 스트로크를 이기기 위해 마라톤을 입문했지만 그 이후 우울증은 커녕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주위에 힘을 불어넣는 에너지 전도사였으니 위의 설명은 맞지 않는 것이다.

채 대표는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에서 ‘왕 코치’이자 최고의 롤모델이었다. 누구도 그처럼 열심히 달렸고, 마라톤 인생을 즐기는 사람을 없었다. 미국 한인들 중에는 유례가 없을 만큼 330번의 마라톤을 완주한 그였다. 죽음보다도 고통스럽다는 100마일 산악 마라톤을 며칠 간 자지 않고 거뜬히 끝낸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죽음의 택한 것은 왜였을까? 아마도 포레스트 러너스 코치들은 채 코치의 죽음을 미리 알고서도 알리지 않은 까닭은 왜 였을까? ‘정신적 지주’였던 채 코치의 죽음으로 인해 그 회원들이 겪을 어마무시한 충격을 막기 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유족으로 부터 미리 당부를 받아서 였을까?

이 마라톤 클럽에 오래 몸담았던 K는 이렇게 말했다.
“ 채 코치님은 긍정의 화신이에요. 그런 분이 자살을 선택했을 리가 없어요. 못 뛰는 회원들이 뛰는 도중에 포기하려고 하면, 끝까지 우리를 챙기며 데리고 갔던 분이었다. 인생에서 실패와 포기를 모르는 분”이라고 회고했다.

재정적 압박과 관련해서도, 채 대표는 3여년 전부터 사실상 은퇴를 해서  ‘더 소스’와 ‘멕시코 플라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모든 경영은 동생 도널드 채(한국명 채동석) 대표가 CEO로서 전권을 행사해 왔다. 

특히 미국에서 개인의 파산은 한국처럼 죄인 취급하는 문화가 아니라 사업을 하다보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용인하고 있기에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 

플라자멕시코와 더 소스, 소스 호텔 등 총 5억불이 넘는 엄청난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오너는 딱 두 명이다.  바로 채민석(Min Chae) 대표와 동생 채동석(Don Chae) 대표이다. 이들은 모든 회사의 지분을 50%씩 나눴다. 관리 업체 M+D Properties는 이들 이름의 첫 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이들은 플라자멕시코의 홀딩스인 3100 E. Imperial Highway Corp과 LTC Development, Inc 의 지분을 각각 50% 나눴고, ‘더 소스 (The Source at Beach, LLC)와 The Source Office, LLC, The Source Hotel, LLC의 홀딩스인 DMC Investment Holdings, LLC와 관리회사 M+D Properties의 지분도 정확히 50%씩 나눠 소유했다.

다시 채 회장의 자살 시기인 지난 해 9월 중순으로 거슬러 가보자. 

더 소스몰에  1억7천만불의 투자금 환수라는 목줄을 쥐고 있는 EB 5 채권단이 3년간 기한을 준 데드라인이 2021년 5월 말이었다. MD프로퍼티는 팬데믹 상황으로 유예받을 수 없었지만, 이런 불황 시기에 2~3억불을 주고 샤핑몰을 사려는 바이어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 팬데믹 상황을 잘 요리하면 버틸만큼 버틸 수 있는 시기였다. 

당시 본인에게 닥칠 개인 파산이 가족들의 재산 (본인 소유의 부동산 및 기업의 지배 구조)을 보호하게 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극단적 선택을 이해하는 데  한 조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회사는 회사 대로 엄청난 부채가 있었지만, 회사에 자금 조달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 갚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남다른 책임감이 있던 채 대표를 죽음의 코너로 몰 수 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4700만불의 담보부채가 설정된 더소스호텔과 3억불 가치가 있는 ‘더소스몰’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줘 오너십을 이전받으려는 세력의 타살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워낙 빠르게 사건이 수습되다 보니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채민석 대표는 당시 세탁소와 리커스토어가 대부분이었던 미주 한인사회 이민 초기에  부동산 디벨롭먼트를 시작한 위대한 비전가였고, 커뮤니티의 정신적 지주이자 훌륭한 시민이었다. 그의 죽음은 미주 한인사회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제임스 유 기자

기사 제보: info@sundaynews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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