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사옥 ‘헐값’ 내부거래…홍석현·홍정도 사주 탈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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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법망을 우회하는 내부거래,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업무보고에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임명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와 사익 편취,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확대에는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 “해외 기업을 이용해 순환출자 구조를 우회하는 일을 더 이상 놔두지 않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확대하고, 특수관계사 간 저가·고가 거래를제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특히 해외 계열사, 수출 명목 거래는 각종 규제와 증여세 부과에서 빠져 있는“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LA 코리아타운의 미주 중앙일보 사옥의 내부거래식 매각은 어땠을까.
공정위가 말하는 바로 그 ‘해외 계열사 사각지대’의 한복판에, 한국 중앙일보와 미주 법인의 그림자가 서 있다.

LA 코리아타운, 690 윌셔 플레이스의 숫자들

690 Wilshire Place, LA
1970년대 지어진 5층짜리 갈색 빌딩 한 채가 코리아타운 정중앙을 붙잡고 서 있다. 연면적 3만3,384스퀘어피트. 대지 3만262스퀘어피트.

690 윌셔 플레이스 중앙일보 사옥 평면도 및 도로서 본 건물. 19층까지 재개발이 가능하고 대중교통 근접성이 좋아 한인타운 알짜 부동산으로 꼽혔다. 타이틀 제공

LA 카운티 등기부에는 이 건물의 현재 소유주로 ‘JOONGANG HOLDINGS USA INC’가, 이전 소유주로‘JOONG ANG DAILY NEWS CALIFORNIA INC’가 찍혀 있다.

등기부상 매매일은 2019년 12월 27일. 매매가는 1,220만 달러.
같은 날, 윌셔 뒤편 7번가 코너의 옛 정스마켓 부지(2904 W 7th St, 9,194스퀘어피트, 용도 ‘Parking Lot’)도같은 문서 번호, 같은 금액으로 중앙홀딩스 유에스에이로 넘어간다. 사실상 사옥 본동과 정스마켓 부지전체가 1,220만 달러 패키지 딜로 처리된 셈이다.

2007년 한인은행이 감정한 평가액이 2천만불인데, 12년뒤 미국 부동산 호경기 시절이 팔린 매매가격이 1200만불에 불과하다. 타이틀 회사 제공.

건물 자체의 공시가도 이 수준을 훌쩍 넘는다. LA 카운티의 2025년 기준 과세평가액은 약 1,257만6,926달러. 토지 699만9,333달러, 건물 557만7,593달러로 나뉜다. 연간 재산세만 15만4천 달러가 넘게 부과된다. 

이 빌딩은 한때 은행에서 2,000만 달러 한도의 리볼빙 크레딧(신용공여)까지 끌어다 쓸 정도의 담보가치가 인정된 자산이었다. 

2007년 한인은행이 감정한 평가액이 2천만불인데, 12년뒤 미국 부동산 호경기 시절이 팔린 매매가격이 1200만불에 불과헸다. 홍석현, 홍정도 사주 일가의 탈세 의혹이 부각되고 있다.

2007년 등기부에는 ‘Credit Line (Revolving) 20,000,000달러, Lender: Center Bank’라는 기록이 선명하다. 이어2009년에는 900만·600만 달러 상업대출이, 2019년에는 275만·100만 달러 대출이 찍힌다. 같은 건물을 담보로, 같은 그룹 법인이, 수차례 막대한 신용을 뽑아 쓴 것이다.

그런 건물과 코너 상권 토지를 모두 합쳐 1,220만 달러.
숫자만 놓고 보면, 이미 여기서부터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바로 옆, 비슷한 건물은 1,677만 달러

690 윌셔에서 몇 블록 떨어진 3100 Wilshire Blvd.
한때 이태리 양복점이 들어섰던, 윌셔변 코너 상가 건물이다. 연면적 3만2,208스퀘어피트, 대지3만2,858스퀘어피트.

이 건물은 2020년 3월 20일, 1,677만 달러에 거래됐다. 뒤이어 1,100만 달러 상업대출이 설정된다. 

규모와 위치, 용도, 상권을 비교하면 690 윌셔와 3100 윌셔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690 윌셔 쪽이 7가와 윌셔를 동시에 끼고 있고, 정스마켓 부지까지 붙어 있어 개발 여지는 더 넓다.
그런데 3100 윌셔는 1,677만 달러, 690 윌셔+정스마켓 패키지는 1,220만 달러.

미주 중앙일보와 수블록 떨어진 한인에도 친숙한 이태리 양복점 건물은 미주 중앙일보 사옥보다 약간 작은 건물 면적과 랏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3개월뒤 1700만불에 팔렸다. 그것도 미주 중앙일보의 정스마트 주차장 부지 가격은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KTR.

단순히 평당 가격으로 나눠봐도 차이는 크다.

  • 3100 윌셔: 약 3만2천 스퀘어피트에 1,677만 달러, 스퀘어피트당 520달러 안팎.
  • 690 윌셔: 3만3천 스퀘어피트에 1,220만 달러, 스퀘어피트당 360달러 중반.

여기에 정스마켓 부지 9,194스퀘어피트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평당 단가가 더 떨어진다. 인근 상권의 중형상가들이 스퀘어피트당 400~600달러 선에서 거래된 최근 사례들을 감안하면, 이 패키지 매각은“헐값”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당시 시장 가격은 최소 2,000만 달러, 많게는 2,400만 달러가 거론됐다. 실제 매각가1,220만 달러와의 차이는 약 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천억 원에 가까운 규모다. 기사에서 ‘잔여 대금의혹’으로 지적해 온 금액은 8천만이 아니라, 바로 이 8백만 달러 안팎의 차액이다.

바텀 라인은 2천만불이라던 경영지원실장의 

2019년 초, 당시 미주 중앙일보 경영지원실장이던 조찬식 실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찬식: “최 기자는 주변 인맥이 많으니까, 이 건물 관심 있는 바이어를 좀 찾아주면 좋겠어.”
기자: “얼마 정도 생각하십니까.”
조찬식: “2,200만불에서 2,400만불. 바텀 라인이 2,000만불쯤은 돼야지.”

조는 이유를 이렇게 덧붙였다.
“여기가 윌셔 한 블록이고, 조닝이 LAC2라서 고밀도 주상복합으로 19층까지 올릴 수 있어. 한국에서건설사들 많이 들어오잖아. 재개발하면 2천만불 밑으로는 줄 수가 없어.”

당시 조찬식은 미주 중앙일보의 CFO이자, 본사 중앙홀딩스 USA의 핵심 재무라인으로 꼽혔다.
그가 입으로 말한 “바텀 라인 2,000만불”이, 연말이 되자 1,220만 달러 내부거래 계약서로 바뀌어 있었다.

이 5층짜리 사옥과 정스마켓 부지, 그리고 뉴욕 퀸즈의 미주 중앙일보 사옥 두 채까지.
모든 퍼즐 조각이, 갑자기 하나의 문서와 하나의 회사 이름 위로 모였다.
‘JOONGANG HOLDINGS USA INC.’

같은 날, 같은 사람, 같은 서류 번호

LA 등기소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자.

  • 2019년 12월 27일, 690 Wilshire Pl와 2904 W 7th St(정스마켓 부지)가
    매도인 ‘JOONG ANG DAILY NEWS CALIFORNIA INC’,
    매수인 ‘JOONGANG HOLDINGS USA INC’로 넘어간다.
    매매계약서 문서번호는 19-1447939, 금액은 12,200,000달러.
  •  
  • 같은 시기, 뉴욕 퀸즈 4327 36th St 사옥도
    매도인 ‘JOONGANGILBO USA INC’,
    매수인 ‘JOONGANG HOLDINGS USA INC’로 이전된다.
    매매가는 440만 달러, 연면적 1만800스퀘어피트. 스퀘어피트당 400달러 안팎이다. 
뉴욕 중앙일보 사옥도 2019년 12월 모두 중앙홀딩스 USA로 매각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시세보다 헐갑 매각, 매입이라고 말한다. 타이틀 회사 제공.

LA와 뉴욕의 미주 중앙일보 핵심 사옥들이, 모두 같은 해 연말, 같은 그룹 지주회사의 미국 자회사로넘어간 것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사람이다.
LA 사옥을 매도한 ‘JOONG ANG DAILY NEWS CALIFORNIA INC’의 이사·임원 명단과, 매수인 ‘JOONGANG HOLDINGS USA INC’의 설립 서류에 등장하는 임원 명단에는 같은 이름들이 겹친다.

  • 다운타운 빌딩과 리조트를 관리해온 중앙홀딩스 부동산 담당 부사장 인채권.
  • 미주 중앙일보 CFO를 겸임해온 조찬식.

매도 회사의 재무 책임자가, 곧바로 매수 회사의 재무 책임자로 겹쳐 있는 구조. 누가 팔고, 누가 샀는지서류상으로만 헷갈릴 뿐, 실질적으로는 ‘한 손이 다른 손에게 건네준’ 내부거래였다.

1.  법인이 ‘다운페이까지 떠안았을  – 어떤  위반 소지인가

문제는 이 거래를 떠받친 자금 구조다.

690 윌셔와 정스마켓 부지를 담보로 잡고, 옛 미주 중앙일보 법인은 수차례 대출과 신용공여를 받아왔다. 2,000만 달러 라인오브크레딧, 900만·600만 달러 상업대출, 그리고 매각 직전 설정된 275만·100만 달러대출까지. 이 자금이 결국, 중앙홀딩스 유에스에이의 사옥 매입을 위한 다운페이먼트와 잔금 마련에 쓰였을가능성은 충분하다.

중앙홀딩스 USA가 매입한 자금의 다운페이먼트가 중앙일보 구 법인을 통해 융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틀 회사 제공.

즉,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1. 옛 법인이 자기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2. 그 돈으로 같은 그룹의 새 법인이 그 부동산을 사 간다.
  3. 새 법인은 부동산 가치 상승 이익과 임대·매각 차익을 가져간다.
  4. 옛 법인에는 대출 상환과 세금만 남는다.

한국 상법 변호사들은 이런 구조가 상법상 이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나아가 배임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 재산을 사실상 “지배주주 측 다른 법인”으로 옮겨주면서, 원래 회사에는 채무와 손실만남겼다면, 이사는 회사와 채권자, 소액주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을 넘는손해가 발생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가중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조세 측면에서 보면, 법인세법의 ‘부당행위계산 부인’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저가양수·고가양도에 따른증여 의제’가 동시에 문제 된다. 특수관계 법인끼리 통상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넘기면, 세무당국은 이를 시가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법인세를 부과하고, 시가와 거래가액 차액이 시가의 30% 또는3억 원을 넘으면 그 차액을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물릴 수 있기때문이다.

미국 세법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시가와 크게 다를경우 국세청(IRS)이 소득과 가격을 다시 배분할 수 있도록 하고(이른바 섹션 482), 법인의 자산이 사실상지배주주에게 이전됐음에도 형식상 다른 법인과의 거래로 포장된 경우 그 차액을 ‘간주배당(constructive dividend)’으로 보아 주주 개인에게 배당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요약하면, 구 법인이 자기 몸값을 깎으면서 새 법인의 ‘다운페이’까지 대신 떠안았다면,
그 차액만큼은

  • 한국에서는 지배주주·특수관계인에 대한 증여·배임,
  • 미국에서는 지배주주에게 돌아간 숨은 배당·사익 이전
    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2. 헐값 내부매각 – 어떤 법에 걸리는 구조인가

두 번째 질문은 더 단순하다.
“이 정도 규모의 헐값 내부매각은 어떤 법을 위반할 수 있는가.”

한국의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 보유한계열사와의 부당 내부거래·사익편취 행위를 금지하고, 최근에는 규제 대상을 확대해 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앞서 본 것처럼, 특수관계인 사이의 저가 매각·고가 매입을 ‘증여’로 의제해과세한다. 법인세법은 이런 거래를 ‘부당행위’로 보고, 통상가격(시가)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국 법인이 지분을 100%소유한 해외 계열사끼리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매입하는 행위는 한국 및 미국에서 모두 법적 위반 소지가 있다고 조세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타이틀 회사 제공.

문제는 해외 계열사다.
한국 당국은 그간 “해외 계열사에 대한 규제는 공정위 소관 밖”이라며, 수출 목적 내부거래 등은공정거래·증여세 규제에서 상당 부분 예외로 취급해 왔다. 이 때문에 국내 법인이 부동산·일감을 해외계열사에 넘기면, 공정거래·증여세 규제를 피하는 우회로가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동일 그룹 내 법인이 시장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넘기면, 각 주 회사법상 이사의충실의무·자기거래(self-dealing) 금지 위반,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fraudulent transfer)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여기에 앞서 본 연방세법상의 ‘constructive dividend’, ‘related-party sale’ 규제가 겹친다. 

결국, LA와 뉴욕 미주 사옥의 헐값 내부매각은

  • 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상증법·법인세법,
  • 미국에서는 연방 세법과 주 회사법
    이라는 이중의 잣대 위에서 평가받아야 할 사안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거래를 정면에서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미스터리다.

정스마켓 부지사라진 800~1200 달러의 그림자

정스마켓 부지(2904 W 7th St)는 현재 럭셔리 아파트 단지의 일부가 되어 있다.
APN 5077-016-004, 용도 ‘Parking Lot’, 연면적 9,120스퀘어피트.
등기부상 이 토지도 2019년 12월 27일, 같은 문서 번호와 같은 금액 1,220만 달러로 중앙홀딩스USA에 넘어갔다.

중앙홀딩스 USA에 팔린 정스마켓 부지(2904 W 7th St)는 럭셔리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여기서 이 매각대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의혹 투성이다. 사진출처 -KTR

문제는 이 부지의 가치가 미주 중앙일보 쪽 장부와 세무신고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다.

  • LA 사옥 건물(3만3천 스퀘어피트)
  • 정스마켓 부지(9,194스퀘어피트)
  • 뉴욕 퀸즈 사옥(1만800스퀘어피트)

이 자산들을 모두 묶어도, 중앙홀딩스가 미주 법인에 지급한 총액은 2천만 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LA와 뉴욕의 최근 상업용 부동산 거래 사례, 같은 블록의 3100 윌셔 1,677만 달러 거래를감안하면, 어디선가 최소 800만 달러, 최대 2천만 달러 규모의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그 차액이 누구의호주머니로 들어갔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떤 공시자료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임광호 사장의 죽음과 미주 사옥 매각

앞선 연재에서 다룬 것처럼, 미주 중앙일보 임광호 사장은 본사로부터 “LA 사옥과 정스마켓 부지를 본사지주회사에 싸게 넘기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사옥 매각 조건과 정산 방식, 남는 돈의 처리 과정에서수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본사와의 갈등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임 사장은 그 이후, 의문투성이의 죽음을 맞았다.
매각 과정의 기록은 본사 재무라인과 지주회사 미국법인의 장부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생전 발언과 이메일, 내부 회의록을 기억하는 이들만이, 이 죽음이 미주 사옥 헐값 매각과 무관하지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뿐이다.

‘남은 사람들’의 정지작업, 그리고 박장희의 귀환

미주 사옥 매각이 마무리될 즈음, 또 다른 퍼즐 조각 하나가 맞춰졌다.
LA 현지에서 잇따라 구조조정과 인력 정리가 단행된 뒤, 본사 출신 박장희 대표가 임광호 대표를 이어 부임했다. 그리고 한해를 더 있으려던 계획이 한국 중앙일보 대표가 취임 40일만에 갑자기 사임하는 바람에2019년 초 일찍 복귀했어야 했고 그 뒷 감당은 임광호 고문이 맡았다가 자살했고 이후 남윤호 대표-조찬식 CFO가 맡았다. 

“본사 복귀 전에 미리 판을 깔아놓는 느낌이었어요. 부동산은 지주회사 쪽으로 모두 넘겨놓고, 미주 중앙일보는 ‘판권’만 남기는 구조. 그러면 나중에 직영 체제를 언제든지 대리점 체제로 바꾸기 쉬워지니까요.”

결국 지금의 미주 중앙일보는, LA·뉴욕 사옥을 포함한 부동산 소유권을 모두 본사 지주회사에 넘겨주고“이름과 판권만 남은 회사”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 재산은 위로 올리고, 영업 리스크와 지역 여론은 아래 자회사에 남겨두는 전형적인 ‘지주회사 구조’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임 사장은 본사 지시대로만 서류에 도장을 찍었을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무조사나 형사 문제가 터지면, 가장 먼저 책임을 뒤집어쓸 사람이 누굴까요. 미국 현지 대표였던 그 사람이죠.”

그는 더 이상 말할 수 없고, 등기부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것은, 숫자와 날짜, 이름뿐이다.

이재명 정부의 과제, “해외 사각지대 열어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혁신적 기업은 키우되, 불공정한 착취와 사익편취를 위해경제력을 남용하는 기업집단은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중앙홀딩스는 이미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중앙그룹의 대표회사’다. 그 중앙홀딩스가 요즘 어떤 상태인지 숫자는 숨기지 않는다. 홍석현 회장 일가가 1년 만기 단기대여금으로 1,000억 원을 꽂았다. 여기에적자 행진 중인 중앙일보와 콘텐트리중앙이 중앙홀딩스에 빌려준 돈이 850억 원이다. 소속사 57개를 거느린그룹의 지주회사가, 오너 일가와 계열사에서 단기자금을 돌려 막아 연명하는 구조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500배를 넘나드는 재무제표는, 이 그룹이 이미 “정상적인 은행 차입”이 어려운 지경에 와 있음을 조용히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 미주 중앙일보 사옥의 헐값 내부매각이다. LA와 뉴욕의 사옥을 지주회사 미국법인에 넘긴 거래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그룹 전체 자금난의 한 조각으로 보인다. 해외 법인 자산을급히 현금화하면서도, 그 매각 과정과 시가 대비 차액, 대금 흐름에 대한 공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미주 사옥 매각이야말로, 중앙홀딩스 재무 위기의 초입에서 어떤 식으로 자산이 옮겨지고 있는지 보여주는전조다.

같은 시기, 중앙그룹의 또 다른 축인 메가박스중앙은 롯데컬처웍스와의 합병을 공정위에 사전협의 올려둔상태다. 그러나 메가박스중앙 역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60%를 넘고, 부채비율이 수년째 800~900%대를 오간다. 모회사 콘텐트리중앙, 지주사 중앙홀딩스에서 끌어쓴 돈이 수천억 원이고, 롯데컬처웍스 또한 부채비율 1,000%를 넘는 고레버리지 회사다. 이런 두 회사가, 계열사 단기차입과 내부채권 매각으로 숨을 잇는 동안 무리한 합병을 밀어붙인다면, 그 비용은 결국 개인 투자자와 채권자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메가박스–롯데컬처웍스 합병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중앙홀딩스의 재무제표와 전 계열사 자산, 특히 미주 법인 자산 매각 내역을 끝까지 열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세청·금융당국, 그리고 미국 IRS와의 공조를 전제로 한 합동 조사까지 검토해야 한다. 해외 법인의 사옥 매각과 같은 중대한 거래가 공시와 심사에서 빠진 채, 부채 900%대의 합병만 승인된다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시장 리스크가 아니라 규제 실패의 영역이다. 중앙홀딩스의 미국 사옥 매각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벌어질 합병 리스크를 미리 알리는 하나의 경고등이다.

본지가 탐사보도를 통해 획득한 증거자료는 미국 IRS와 한국 국세청이 역내 및 해외탈세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 해외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
  • 특수관계사 간 저가 매각에 대한 증여세·법인세 과세,
  • 대기업 지주회사와 미주·유럽 자회사 간 거래 구조 조사.

미주 중앙일보 사옥 헐값 내부매각은 이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품고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 같은 사례다.

690 윌셔 플레이스와 정스마켓 부지, 그리고 퀸즈의 오래된 벽돌 건물.
그 건물들의 소유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누가 무엇을 잃었고, 누가 무엇을 가져갔는지,
그리고 한 언론사의 전 사장이 왜 홀로 죽음에 내몰려야 했는지에 대한,
다음 이야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재명 정부의 공정위는, 이 오래된 서류 뭉치를 다시 한 번 책상 위에 올려놓을 의지가 있는가.

<다음 편에서 계속>

최상태 기자
전 미주 중앙일보 기자
steven@sundaynewsusa.com

본 기사는 미주중앙일보·JTBC ·현직 직원 및 관계자 제보를 바탕으로한 르포입니다. 현장감을 위해 일부 대화·상황을 재구성했으며일부 내용은 제보자의 기억과 인상에 기초한 추정이 포함돼 있습니다사실과 다른부분이 있을수 있으며확인 가능한 오류 지적은 언제든지 환영하며 확인 즉시 정정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비하인드 히스토리>

<1> 중앙일보 홍정도는 왜 노무현의 심장을 겨눴나

<2> 홍진기는 왜 시위대를 쏘았나, 중앙일보, 그의 유산

<3> 홍정도의 야심: 노무현 잡으려면 노건호를 잡아라

<흔들리는 중앙홀딩스…투자자 호도 대형 합병 추진>

<4>중앙일보 ‘총대’의 그림자, 임광호의 마지막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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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sundaynews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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