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배신’…개미들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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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모럴해저드에 시장 불신 확산…직원들 원성 폭발

‘먹튀논란’ 류영준 결국 자진 사퇴…신성장동력 이끌 사령탐 공석

새경영진 찾기도 쉽지 않을 듯 모빌리티·엔터 상장도 난항

카카오(035720)가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 사업 확대 논란에 이어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각에 따른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까지 터지면서 총체적인 위기에 처했다. 외부의 비판과 내부 임직원들의 사퇴 요구에 새로 취임할 사령탑이 자진 사퇴하며 사상 초유의 경영진 공백 사태까지 맞았다. 가뜩이나 상생안 마련·이행과 새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실상 경영 마비라는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기업 쇄신에 발목이 붙잡혔다. 특히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10일 카카오는 류영준 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당분간 반쪽짜리 경영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카카오는 당초 오는 3월 이후로 여민수 대표와 류영준 카카오페이(377300) 대표가 함께하는 공동대표 체제로 거듭날 계획이었다. 연임하는 여 대표는 상생안 마련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 집중하고, 류 신임 대표는 기술 개발과 혁신에 주력해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신성장동력을 이끌어야 할 사령탑이 갑작스럽게 낙마하며 카카오의 구상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당분간 신사업 분야를 이끌 사령탑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백을 메꿀 새 경영진 찾기도 쉽지 않다. 카카오가 주력 신사업으로 점찍었던 핀테크, 커머스 분야의 주요 경영진들이 이번 주식 대량 매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탓이다. 실제 카카오페이의 경우 류 대표를 비롯해 신임 대표로 내정됐던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 이진 사업총괄부사장(CBO), 나호열 최고기술책임자(CTO), 주창기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C레벨급 인사들이 줄줄이 이번 논란에 연루됐다. 카카오 한 직원은 “류 대표가 자진사퇴했지만 경영진들이 지금보다 주가가 30% 비쌀 때 900억 원어치 주식을 판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한 사람이 사퇴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류 대표 사례를 겪으며 회사 안팎에서 카카오의 새로운 사령탑에게 바라는 리더십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며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질 지를 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수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후 상생을 모색하면서 현재 사업 구조를 글로벌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시 사업 부문에서는 ‘콜 몰아주기 의혹’과 택시 기사 유료 멤버십 폐지 등을 두고 업계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에서는 기존 업체들이 점유율 확대 제한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작가들에게 선투자 작품에 대한 보상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출판 업계에서는 45%에 이르는 수수료 구조부터 개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헤어숍 사업 철수는 계열사와 투자사의 반발로 진전이 없다. 또 약속했던 3,000억 원의 상생기금도 아직 구체적인 활용안이 나오지 않아 일각에선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영진의 주식 매도로 촉발된 시장의 불신은 올해 예정된 자회사들의 IPO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메신저·페이 등 많은 국민들이 카카오의 서비스를 사용해 ‘국민 기업’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두 자회사 모두 업계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 기업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번 주식 매도에 대해 카카오 경영진이 카카오의 미래 성장성에 확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모두 ‘골목상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만큼 IPO 흥행은 물론 상장 후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장한 카카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한 때 17만 원대까지 올라갔던 카카오는 10만 원대가 붕괴됐고, 카카오게임즈(293490)는 11만 원대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는 7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323410)도 전고점에서 30%~40%대 하락율을 기록했다. 이날 증권사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에 따른 성장주 밸류에이션 하락과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규제 이슈 등을 이유로 카카오 및 주요 계열사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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