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6명 이사 물갈이…’제왕적 은행장’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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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김 행장 이사회 장악 어떻게 했나?

이사회를 지배하는 자, 은행을 지배한다.

은행 이사회는 여느 기업처럼 은행 지배구조의 정점을 찍는다. 은행의 정관, 즉 은행 소재지를 시작으로 주식 발행 종류 및 수량, 이사회, 임기, 권한 등 모든 사항이 이사회에서 의결된다.  2008년에 중앙은행 신입 이사로 발을 디딘 케빈 김은 13년만에 미주 최대 한인은행에서 은행장과 이사장, 프레지던트까지 겸직하는 초유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 은행권 출신이 아닌 회계×재정변호사가 그는 어떻게 한인 금융계의 권좌를 올라, 장기집권의 길을 열 수 있었을까.

‘제왕적’ 은행장이 탄생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위한 성장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장이라는 미명아래 행장의 권한이 강화되고, 경영진의 연봉 및 스톡옵션 등 내부 단속이 느슨해 지며 도덕적 해이를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장 한사람을 중심으로 조직내 줄서기,  과도한 보여주기식 행사,  지나친 의전 등 외형적인 데 치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리딩뱅크의 책무를 점검해 본다. <이준 기자>

#론스타의 외환은행 접수에 영감

2007년 당시 케빈 김 회계, 재정전문 변호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지인의 회고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외환은행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김 변호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그는 MBA 공부를 위해 미국을 오기전 한국에서 외환은행은 부동의 1위 은행이었다. 기존의 3명의 론스타 임원 외에, 사외이사 3명이 론스타와 관련 있는 임원으로 채워지며 외환은행 이사회 9명 중 6명이 론스타측 인사가 되면서 사실상 론스타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외환은행처럼 역사가 깊고 규모가 있는 은행도 이사회를 뺏기니까 손쉽게 넘어가는구나 김 행장의 뇌리에 오래 남았다고 한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4.7조 차익을 벌고 나가는 결정을 내렸다. 

#2008년 금융위기

1년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크고 작은 커뮤니티 은행이 폐쇄되는 가운데 한인은행들도 생존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 시기 중앙은행은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아래 케빈 김 회계, 재정변호사를 중앙은행 이사로 영입하게 되었다. 김 신입 이사가 접했던 것은 당시 가장 큰 화두는 ‘규모의 경제, 즉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갖춰야 죽지 않는다.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라는 ‘규모의 경제’가 생존을 넘어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합병 대상을 찾아 은행 직원들과 뛰면서 진정한 M&A를 경험하게 됐다. 이때의 경험과 생각은 그가 BBCN과 윌셔은행을 합병한 직후 2016년에 뱅크오브호프 은행 출범을 알리는 TV 광고에서 알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출연한 이 TV 광고에서 케빈 김 행장은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리저널 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캠페인을 발표했다.  

#중앙-나라 합병 ‘피 튀긴 이사회 전쟁’ 경험

2011년 12월, 나라은행과 중앙은행 합병으로 한인사회 최대은행으로 탈바꿈한 BBCN은행이 차기 행장선출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두 은행이 합병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반복과 대립으로 내재되어 있던 갈등의 골이 끝내 행장 선출을 둘러싸고 폭발한 것이다. 엘빈 강 전 행장 퇴임 후 이사회는 헤드헌터사인 크리스만 & 컴퍼니에 차기행장 후보를 의뢰,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을 포함 2명의 후보자 명단을 제출했으나 나라은행 출신 이사들이 느닷없이 바니 리 전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급기야 예정됐던 행장 선출 문제가 난항을 겪은 것이다.

당시 BBCN은행의 이사진 분포를 보면 나라은행 출신 이사 5명, 그리고 중앙은행 출신 이사는 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는 나라은행 출신 이사가 중앙은행 출신 이사보다 1명 많았지만 박기서 이사의 사망과 엘빈 강 행장의 퇴직으로  나라은행 출신 이사숫자가 적어진 것이다.
이후에 두 은행 출신 이사들의 보이지 않는 물밑 신경전은 그 동안 BBCN은행의 가장 큰 골칫거리 였지만 결국엔 이사회를 장악한 중앙의 판정승으로 귀결되었다. 

이후 BBCN 케빈 김 행장은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값비싼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난 5년간 이사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지난 2017년 이후 총13명이었던 뱅크오브 호프 이사회에서 6명의 이사가 물갈이 됐다. BBCN 나 뱅크오브호프처럼 합병 시기가 아닌데도 큰 폭의 이사 변동이다. 존 테일러 이사처럼 사망한 경우를 제외해도, 5명의 이사가 변경되었다. 

특히 지난 해 동반 퇴진했던 이정현, 정진철 이사는 뱅크오브호프의 전신인 중앙은행 시절부터 지금까지 35년간 은행의 이사로 재직하며 수 차례에 걸친 은행 작업을 같이 해왔다. 외부적으로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는 용단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자의보다 타의라는 주변의 지적이 있었다.  

같은 외대출신으로 김 행장의 2년 선배인 도진호 이사의 경우는 김 행장의 야인 시절에 그를 도왔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발탁된 케이스. 물론 캐피털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아왔다고 하지만 김 행장과의 특별한 인연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 이사회에 조인한 김준경 이사. 김 이사 역시 본인의 탁월한 전문성 때문에 발탁되었지만 같은 교회 셀모임 출신이라는 점에서 사적 인연이 강조된 케이스이다. 

2명의 여성 이사 메리 씩펜(Thigpen)와 리사 배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정한 여성이사 채용 기준에 의해 입사했지만, 김 행장에 대한 충성 맹세 없이는 조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뱅크오브호프에서 외부 인력을 충원할 때도 부행장이나 전무급의 영입 때는 헤드헌트 회사보다는 행장 본인이 직접 인터뷰를 한다. 한인은행에 있다가 행장 후보 물망까지 올랐던 A씨.  미국 주류은행에 근무하다 뱅크오브호프의 이사를 통해 김 행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A씨는 직감적으로 ‘줄을 잘못 섰구나’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소개했던 이사가 김 행장 반대 라인이었던 것. 김 행장의 눈빛과 질문하는 말투에서 ‘이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라는 걸 은근슬쩍 보여줬다고 한다.  이처럼 은행 이사나 은행간부의 영입과 퇴출을 김 행장의 주도로 진행하다 보니 은행 대주주 물량을 쥐고 있는 고석화 명예이사장과 미묘한 신경전이 흐르고 있다. 

#이사회 장악은 쪼개기를 통한 물갈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로 이사들은 서로 분쟁이 있기에 마련이다. 지금까지 4개의 커뮤니티 은행이 합치다 보니,  서로가 앙숙인 경우가 많다. 나라-중앙 합병, 그리고 윌셔와 BBCN 합병 때도 한정된 이사직을 놓고 다투다 보니 김 행장은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한 명씩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평소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해줬다라도 김 행장이 이사회를 꾸려갈 때 짐이 된다 싶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사회에서 내보낸다. 그럴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김 행장은 행장에 취임해서는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인성좋은 고령의 미국인 이사들을 영입했다. 특별한 일이 없이도 한해 연봉으로 15만불에서 20만불을 받고 수많은 특전을 받는 은행 이사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케빈 김의 거수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인 이사들이 조인하게 되면서 전체 이사회 회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평소 ‘감 놔라, 배 놔라’ 다른 은행에서 말이 많던 한인 1세 이사들은 영어 구사력이 좋지 못하다 보니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자연히 이사회 발언권이 약화되고 이후 이사의 역할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 나와 함께 하지 않으면 ‘적’ …확실한 줄세우기

이런 이사회 전쟁을 통해 케빈 김 행장은 줄세우기의 달인이 되었다. 그 밑바탕에는  ‘나와 함께 해야 동지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 동지는 챙기고, 적은 버린다’. 

이런 단순한 피아식법을 통해 이사회를 의사결정 수직화에 성공했다. 이런 심플한 메시지는 은행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소 행장과 친하다고 해서 회의실에서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간 바로 경고가 날라온다. 이를 눈치를 못 채고 행장 의견과 반대되는 직언을 한 두번 더 했다간 “너, 다음부터 회의 나오지 마”라는 김 행장의 통첩이 온다. 

한 번 눈 밖에 나서 ‘뒷끝’이 작렬이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고 나간 경우는 놔두지만 자기를 거슬리고 은행 밖으로 나간 간부는 아예 같은 한인은행 바닥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둔다. 김 은행장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고서도 그 직원을 채용할 만큼 용기있는 한인은행장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김 행장과 등을 진 직원들이 미국계 은행으로 옮겨가는 것도 이런 영향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안마의자 스토어를 연 외대 선배인 박모 회장은 LA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한국모교 총동문회에서도 영향력있는 인물. 김 행장은 박 회장의 업소 개업 소식에 직원도 대동하지 않고 나타나 박 회장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부인과 같이 방문한 김 행장은 그 자리에서 1만불이나 되는 최고급 의자를 두 개씩이나 주문하는 ‘의리’를 보여줬다. 이후 박 회장이 김 행장의 열성팬이 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케빈 김 행장의 ‘문고리 3인방’

케빈 김 행장에게는 문고리 3인방이 있다. 직책상 아래로는 알렉스 고 수석전무나 피터 고 COO등 투톱이 있고, 서부지역 브랜치를 총괄하는 제이슨 이  전무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행장의 복심을 읽고 정보를 전달하는 문고리 3인방은 따로 있다. BBCN 때부터 김 행장과 호흡을 맞춰온 데니얼 김 전무, 앤지 양 부행장, ‘킴의 여인’으로 불리는 박인영 마케팅 부행장이다.  김 전무는 한국 방문때도 대동하며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앤지 양 부행장은 미국 이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전달된다. 박인영 부행장은 중앙은행 때부터 한인사회 동향을 파악하는 안테나 역할을 했지만 이 과정ㅇ에서 이사들을 조정하거나 직원들과 한인 언론사에 갑질 성향을 보여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은행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했던 예전의 벤자민 홍 행장, 유재환 행장, 민수봉 행장과는 다르게 김 행장은 철저하게 직원들과 분리된 시간을 갖다보니 이들 문고리 3인방이 전달하는 정보의 질은 아주 중요하다. 

#런던 컨퍼런스 출장 알고 보니 아들 방문?

이런 제왕적 권한을 가진 은행장의 출현으로 인해 은행에서는  ‘체크와 밸런스’ 같은 문화가 들어서기 어렵다. 지난 1월에도 행장으로부터 LPGA 행사 준비를 하달받은 직원들은 여기서 은행인지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지 구별이 잘 안갈 정도라고 한다. 과도하게 마케팅에 치중을 하고, 의전은 최고급으로 하지 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진다.

텍사스, 뉴욕 등에 가더라도 비서는 기존에 예약된 4성급 호텔을 취소하고 5성급 호텔을 찾느라 분주했다.  한국으로 갈 때의 의전은 항공편 1등석부터 시작해서 행사 동선을 수차례 예행연습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런던 금융 컨퍼런스를 참석했던 케빈 김 행장이 부인과 같이 동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도 LA에서 굳이 런던까지 가서 참석할 정도로 대단한 행사가 아니여서 의구심을 가진 이사들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런던에 있던 아들을 만나러 갔던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LA-런던간 1등석 항공요금은 거의 1만불이다. 김 행장 부인의 항공 티켓 비용이 은행 경비로 처리됐다면, 제대로 된 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 최근 대선 선거기간 중 도지사 법인 카드로 음식을 배달시킨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는 액수에 관계없이 도덕적인 잣대 기준에 맞지 않아, 여론의 싸늘한 비난을 받은 끝에 이 후보의 지지율 추락하자 급기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객 예금을 담보로 신용으로 성장하는 은행이 체크와 밸런스를 강조하는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주주에게 단기 이익을 될지 몰라도 고객에게 외면 받고 장기적으로 손실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행장은 인적 장벽에 머물지 말아야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고 배경이 다른 이사를 영입해서 다양성이 공존하는 은행이 되어야 한다”는 전직 행장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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