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앞둔 CBB 조앤 김 행장 복심
‘여성 행장은 내가 제일 잘 나가.’
CBB 은행을 이미 11년 이상 재직한 조앤 김 행장이 3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은퇴를 못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 김 행장은 이미 40만주가 넘는 은행 주식부자이기도 하고 67세로 은퇴 시점도 훨씬 넘긴 그가 왜 연임에 연연하는 것일까.
여성 은행장 오픈뱅크 민 김 행장을 의식하고 있다. 민 김(62) 행장은 이미 한인은행 최장수 행장을 예약해 놓았다. 아직 60대 초반인 데다 2024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한번 더 연임한다면 최장수 행장은 누구도 깰 수 없는 ‘넘사벽’이 된다.
CBB은행과 오픈뱅크가 2005년 같이 출범해 성장해 오다 보니, 조타수를 맡고 있는 ‘선장’ 조앤 김 행장과 민 김 행장은 본의 아니게 끊임없이 비교돼 왔다. 여성이 은행 고위 임원으로 일하기 드문 시기에 둘 다 한인은행장에 취임해 불꽃 튀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한 예가, 민 김의 오픈뱅크가 하나 파이낸셜의 1억달러 규모 SBA 포트폴리오 인수하자, 조앤 김의 CBB 은행이 자산 2억2,619만달러 규모의 하와이주 오하나 퍼시픽 은행 인수하며 자산 규모 경쟁을 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자산 순위 경쟁에선 CBB가 앞섰지만 오픈뱅크는 2018년 3월 일찍감치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렇게 능력있는 두 행장에 남아있는 건 돈과 명예보다 자존심 경쟁이다. 만약 조앤 김 행장이 민 김처럼 최장수 행장을 할 수 없다면 최고령 여성행장은 가능하다.
게다가 본인의 은행장 기록이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명분도 있다.
1978년 LA로 이민 온 김 행장은 가주외환은행 론 오피서로 은행과 첫 인연을 맺었고 윌셔은행 창립멤버로 각고의 노력 끝에 윌셔은행 최고대출책임자·행장을 거쳐 2011년 CBB 은행 CEO에 취임하는 등 여성 은행원들에게는 산 역사이자 롤모델 선배이기도 하다.
그간 실적도 좋다. 김 행장의 임기중 은행의 자산규모는 20억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고 텍사스 등 타주로 지점과 대출사무소를 대폭 늘렸고 오하나 퍼시픽 은행도 인수를 완료했다.
“최장수 행장 아니라면 최고령 여성 행장” 기록 도전
하지만 CBB 이사회 내부에서 김 행장의 행보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임기만료는 오는 4월18일, 즉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김 행장의 연임 여부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사회는 김 행장에게 연임을 통보하지 않았고 새 행장 선임을 위한 행장선임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 연임의 반대 목소리는 김 행장이 11년 동안이나 행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은행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새로운 행장 영입하자는 의견. 더 젊고 유능한 행장을 선임해 CBB의 미래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현재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제임스 홍 전 오하나 퍼시픽 은행장, 스티브 박 전무(CBO)이며, 다른 한인은행의 전무급 몇 명도 이미 인터뷰를 한 상태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행장 이후 이사장들이 은행장 겸임 욕구가 높아지면서 혹시 박순한 이사장의 행장 겸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박 이사장 본인은 함구하고 있고, 은행 관계자들도 “의류·부동산 사업을 운영하는 박 이사장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은행 경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CBB은행 대주주(12.30%)인 박순한(70) 이사장이 어떻게 결정하는 가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CBB 은행의 이사진은 박순한(70) 이사장을 비롯 정원숙, 예충열, 앨빈 강, 마틴 퓨어 이사 등이다.
‘열심히 일하고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준다’를 모토로 초창기 한인 이민사회에서 세탁소와 마켓 등에 5,000달러 규모의 융자를 해주던 대출 담당자에서 지금은 수천만 달러 규모의 융자를 승인해주는 자리에 오른 ‘똑순이’ 조앤 김 행장. 그가 연임해서 나스닥에서 타종하는 ‘최고령 여성 행장’의 기록을 쓰게 될 지는 한인 은행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