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말에 열리는 LPGA매치플레이 타이틀스폰서인 뱅크오브호프가 한인타운내 한인회관 옥외간판 등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한인커뮤니티 지원엔 ‘쥐꼬리’…생색은 대박
뱅크오브호프의 케빈 김 행장은 유난히 골프 시합에 집착한다. 골프대회라면 김 행장이 나서서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뱅크오브호프가 타이틀 스폰서로 이름을 걸고 지원해 주는 것은 당연히 은행의 홍보 차원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골프에만 집착한 채 다년간 몇 백만불씩 쏟아붓고 있는 데 반해 정작 그가 몸담고 있는 뱅크오브호프를 먹여 살려온 한인타운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과연 골프대회 규모 만큼의 지원을 한 적이 있었는지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케빈 김 행장의 골프 지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던 지난 해에도 멈추지 않았다. 2021년 5월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 플레이 호스티드 바이 섀도 크릭’(Bank of Hope LPGA Match-Play Hosted by Shadow Creek)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뱅크오브호프 측은 여성 골퍼들 64명이 참가하여 26일부터 5일간 라스베가스 섀도우 크릭 골프코스에서 진행된 이 경기를 위해 총 상금을 무려 150만 달러나 걸었다.
이 대회에 출전한 여성 골퍼들 64명은 4명씩 16개 조로 나뉘어 사흘간의 라운드-로빈 방식의 예선전을 거친 후 본선에 진출할 최종 16명을 선발했다. 본선은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돼 5월30일 챔피언 결선전에 진출할 두 선수를 가려낸 후 최종 승자를 뽑았다.
당시 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4년 만에 부활한 ‘매치 플레이’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한인은행 뱅크오브호프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더욱 관심을 끌었던 골프 대회였다. 라스베가스에 위치한 ‘Shadow Creek’은 저명한 골프장 설계가인 톰 파지오가 1989년 지은 세계 최고의 골프 여행지로, 리무진을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드넓은 초원 위에 빼어난 경관을 갖추고 있는 세계적 골프 명소이다.
1990년 저명한 골프장 설계가인 탐 파지오(Tom Fazio)와 스티브 윈(Steve Wynn)이 디자인 한 당시에는 몇몇 VIP 고객들과 부동산 재벌들을 위한 개인 클럽 목적으로 지어졌다. 2000년도에 MGM이 Wynn으로부터 이 골프장을 구입하면서 비로소 일반에게도 공개된 지 20년이 넘었다.
윈(Wynn)이 여전히 클럽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는 2년마다 나무를 교체하곤 했는데,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물론 여기에서 대회를 치르는 비용도 무척 비싸다. 한인들이 돈을 모아 쓰는 자금들이 라스베가스 갑부들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까와진다. 아무튼, 라스베가스를 들르는 돈 푼 께나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명소 중의 하나가 쉐도 크릭(shadow creek) 골프장이다. MGM 호텔 투숙객들은 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료는 비싼 편이다.
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 비용 때문이다. 먼저 MGM 호텔의 투숙객이어야 이용할 수 있고, 카트 이용료 45불, 캐디에게 지불하는 95불, 거기에 팁을 포함하지 않은 575불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2021년에는 뱅크오브호프가 LPGA 메치를 유치해 부자들의 초록빛 놀이터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호화로운 사막의 야외 궁전에서, 대부분 한인고객들의 돈으로 세워진 뱅크오브호프는 왜 큰 돈을 갖다바치며 골프 경기에 올인하는 것일까.
당시 거액의 상금150만 달러를 두고 패티 타바타나킷(Patty Tavatanakit), 박인비, 한나 그린 (Hannah Green), 김세영, 김효주, 고진영, 데니얼 강 등 세계를 무대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유명 선수들 64명이 실력을 겨루었다. 5월 30일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움켜쥔 최후의 승자는 세계랭킹 30위인 ‘앨리 유잉’ 선수가 차지했다.
대회 우승자 앨리 유잉 선수는 특히 뱅크오브호프의 대형 로고가 설치된 14번 홀에서 연달아 좋은 성적을 기록해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뱅크오브호프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케빈 김 행장은 우승한 앨리 유잉 선수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건냈다.
케빈 김 행장은 “다시 한 번 미주 한인은행으로는 유일하게 LPG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 대회를 타이틀 스폰서하게 돼 매우 기쁘고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LPGA, 섀도 크릭과 협력해 2021년 그리고 앞으로도 LPGA 투어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성공적인 대회 중 하나로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골프 대회 유치에 거액을 쏟아붓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번 대회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고 같은 마음으로 자랑스러워 해주신 한인 동포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빈 김 행장의 이런 인삿말에 공감한 한인들이 몇이나 됐을까.
2021년 5월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생각할 때, 150만 달러나 되는 거액의 상금을 걸고 골프 대회나 지원하는 뱅크오브호프의 홍보 사업은 선수들의 선전을 순수하게 즐기고 박수쳐줄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코비드19으로 출근을 하지 못한 채 매일 힘겹게 살아가던 한인들, 손님들이 오지 않아 하나 둘 식당 문을 닫아야 했던 타운 내의 한인 업주들, 일손을 구하지 못해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던 자바시장의 상인들… 2년 가까이 심적 경제적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던 타운 내의 동포들이, 호화 골프장의 그린필드에서 골프를 즐기고, 거액의 상금을 타가는 선수들에게서 과연 대리 만족감인들 대리만족감인들 느낄 수 있었을까? 무려 150만 달러나 되는 상금을 내건 뱅크오브호프에 “참 좋은 대회를 유치했구나” 하고 그 취지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 상황에서는 차라리 골프 대회를 건너 뛰더라도, 타운의 어려운 한인들을 위해 쾌척했더라면, 골프에다 거액을 쏟아부은 뱅크오브호프를 바라보는 동포들의 시선이 그렇게 고깝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와의 사투를 벌이며 몸이 아픈 사람들, 당장 렌트비를 내지 못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사람들, 장사는 안되는데 도처에 강도 행각까지 걱정해야 하던 동포사회를 위해, 동포들의 돈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연봉을 300만불이나 받을 정도로 재벌의 반열에 들어선 케빈 김 행장은 과연 한인 동포사회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환원했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생활이 어려운 대상들도 아닌 골퍼들을 위해 150만 달러라는 거금을 걸고 대회를 유치할 정도라면, 힘든 동포사회를 위해서도 엇비슷하게는 기부 액수를 맞춰주는 게 형평성에 맞다.
뱅크오브호프는 2020년 8월 1일 출범 4주년을 기념하면서 펜데믹 구제 기금(United way pandemic Fund)에 한 고객당 50달러 씩을 기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기부는 신규 예금 계좌를 오픈하는 고객들의 이름으로 팬데믹 구제 기금에 기부를 한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이 계좌를 오픈하는 동시에 구제 기금에 자신이 50달러를 기부했다는 뿌듯함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뱅크오브호프 측으로서는 고객를 늘리기 위한 떡밥에다 팬데믹을 도입한 셈이다.
사실 뱅크오브호프가 타운 내 손꼽히는 은행으로 자산을 축적하게 된 것은 비즈니스를 하건 개인이건 외국인보다는 대부분 동포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매번 골프대회에는 거액의 상금을 내걸면서, 동포사회에는 꼭 캐빈 김 행장의 사회적 개인적 이익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액수도 주류사회에 갖다 바치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쥐꼬리’ 만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라스베가스 섀도우 크릭 골프코스에서 2021년 5월 26일부터 5일간 열린 LPGA 대회를 생각해 보면, 케빈 김 행장이 동포사회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 해 5월, ‘코비드-19’으로 인한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가 아닌가.
코로나로 건강을 잃고 직업마저 잃은 사람들, 사업이 잘 되지 않아 해고된 사람들, 생필품 가격이 올라 음식을 타다 먹어야 했던 사람들… 특히나 힘들었던 한인타운의 동포들과 노인들은 EDD를 통해 생활은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끊기는 무렵이었고,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시 직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던 시기였다.
그런 동포사회에 골프대회에 걸었던 150만불의 절반이라도, 아니 삼분지 1이라도 아무런 조건없이 쾌척했더라면, 케빈 김 행장은 한인사회에서 영웅처럼 떠받들었을 것이다. 역시 우리를 도와주는 곳은 우리 한국계 은행이 최고구나 하는 고마움으로 뱅크오브호프는 동포들의 가슴 속에 각인됐을 것이다.
이제는 동포사회에서 손에 꼽히는 자산가가 된 케빈 김 행장, 뱅크오브호프를 잘 키워낸 댓가로 그가 받는 연봉은 무려 300만 달러나 된다.
뱅크오브호프가 주류사회 속으로 들어가서 키워낸 은행도 아니고,바로 한인타운 한 복판에서 성장한 은행아니던가.
받은 만큼 환원하는게 도리라면, 캐빈 김 행장은 골프대회에는 적게 쓰더라도, 우리 동포들을 더 챙겨야 하는게 맞는 이치이다.
케빈 김 행장은 이제 동포사회를 뛰어넘어 미 주류사회의 상류층에 진입하고자 하는게 아닌가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포사회라 해봤자 LA에서는 한인타운이 고작이니, 도약하고자 하는 이들은 쌍수를 들고 잘 되기를 바랄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입장에서 자신의 성장을 있게 한 동포사회는 뭐 취급하듯 가끔씩 푼돈이나 집어주면서 생색내는 반면 주류사회에는 열 배 스무 배가 넘는 거액을 들이며 공을 들인다면 공분을 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케빈 김 행장은 엄연한 한국인이고, 오늘의 그를 키워준 것도, 그의 자산을 불려준 것도 한인사회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은 과거에 귀족이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뱅크오브호프에서 자신의 인생과 재산을 키워온 케빈 김 행장은 한인타운과 동포사회에 대한 상위 1%로서의 의무가 있음을 자각하고, 주류사회에 공들이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는 사회환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해 본다.
리디아 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