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다단계와 전쟁 <3>
최근 들어 코인 채굴을 내세운 사기에 투자를 했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채굴 사기가 취급 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비트코인 볼트와 파일코인이다. 채굴 폰지 사기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사기를 치는 주체가 어디냐’라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 볼트의 채굴 사기를 주도 하는 곳은 개발사인 마이닝시티다. 비트클럽네트워크와 헥사, 마인베스트를 거쳐 설립된 마이닝시티는 이미 수많은 피해자를 양성한 채굴 다단계 사기 기업이다. 마이닝시티의 다단계꾼들은 비트코인 볼트의 투자 유치를 위해 활발하게 커피숍을 전전하고 있다. 물론 마이닝시티를 언급하지 않고 헥사와 마인베스트를 언급하면서 말이다.
비트코인볼트•파일코인 대표적 사기품목
“파일코인은 안전”은 다단계꾼 헛소리
“코인값 오를 것” 투자자에 기대감 부추겨
결말은 채굴한 코인 ‘쓰레기’만 손에 가득
#폰지사기의 양대 산맥
파일코인의 채굴 사기를 주도 하는 곳은 피라미드 업체다. 파일코인은 지금의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 프로토콜을 탈중앙화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IPFS를 블록체인화시킨 프로젝트다. 3년전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3000억원을 모금 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이 인지도를 악용해서 LA를 비롯한 미 전역 피라미드 사기 업체들이 채굴 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서 깊은 옥 장판과 게르마늄 팔찌를 팔던 다단계 사기꾼에게 블록체인과 코인을 공부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법지대’다.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면 투자금을 유치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다단계 사기는 수익을 보장해야 했다. 이는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되어 많은 사기꾼에게 시련을 줬다.
이와 달리 채굴 코인에 투자할 시, 투자의 대가에 상응하는 건 코인이다. 채굴기의 총 성능에 따라 해시파워가 정해지고, 해시파워를 통해 코인이 채굴 되면 투자금에 비례해서 분배만 해주면 될 뿐이다. 이 과정에서 다단계 사기꾼은 그저 채굴 코인이 유망해서 가격이 나날이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만 심어준다.
비트코인 볼트는 24달러에서 461달러까지 조정 없이 상승하던 기간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파일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치고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장이 될 거라는 환상을 그려준다. 환상은 희망 회로가 된다. 투자를 늦게 결정할수록 수익률이 줄어든다며 투자를 재촉한다.
#“너만 빠지면 안돼”
열정과 정열을 담은 FOMO(fear of missing out)를 부추겨 투자금을 챙긴다. 다단계 사기꾼은 투자금으로 사익을 위한 쇼핑을 시작한다.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최소 사양에 미달하는 채굴기를 조립한다. 채굴기를 올려놓을 건물을 매입하고, 채굴장을 관리하는 인력에 대해 억대 연봉을 책정한다. 가격 조작과 허위 거래량을 꾸미기 위한 거래소 솔루션을 구매한다. 모든 현물에 대한 소유권은 사기꾼의 명의가 된다.
정작 투자금을 넘긴 투자자는 채굴로 얻는 코인만 손에 쥔다. 너덜너덜 돌아가는 채굴기는 열심히 코인을 채굴한다. 채굴로 얻은 코인은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투자한 금액에 비례해서 균등하게 분배된다. 그렇게 분배 받은 코인을 쥐고 불로소득으로 호의호식하는 미래를 꿈꾼다. 여기서 멈춘다면 얼마나 좋겠냐 마는, 폰지 사기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다단계 사기를 설계한 사기꾼은 목표 수익이 달성되었거나 더 이상 다단계를 통한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사기의 결실을 터트린다. 나날이 상승하는 가격에 눈이 멀어서 추가로 코인을 매수했건만, 사기가 터지는 순간 코인은 디지털 쓰레기로 돌변한다.
#폰지 사기의 뻔한 결말
수많은 이들을 경제적 살인으로 몰고 가는 폰지 사기는 여기에서 끝나야 하지만,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카톡이나 네이버 밴드와 같은 폐쇄적인 소통 방은 피해자 모임이 아닌 위로의 안식처가 된다. 지옥의 뱃사공이 운행하는 폰지 사기호에 탑승한 이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공동 운명체로 완성된다.
외부에서 폰지 사기를 경고할 땐 서로를 격려하며 우리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며 결속한다. 그리고 폰지 사기가 터진 후에도 내부에서 분열되면 코인의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우려한다. 더 큰 투자 손실을 막아야 한다며 내부 고발자의 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기꾼들은 투자금으로 사놓은 현물의 명의를 차명으로 돌려놓은 상태다. 고소·고발을 당하더라도 약속된 코인을 지급 했다며 되레 당당하게 나온다. 억울하면 법으로 해결하자는 멘트도 잊지 않는다.
채굴 폰지 사기. 규제의 울타리 속에서도 사기를 벌였던 베테랑들이 무법지대에서 활동 중이다. 폰지 사기는 부실 공사와 같아서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거나 투자자가 적을 때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피해 본 사람이 없다고 사기가 사업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설령 선의로 지인들에게 추천 했을지라도 지인들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 자명하다. 그들은 폰지 사기가 터지는 그날까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아니, 폰지 사기가 터져도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