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사 본사 ‘미국 이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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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인세 전체 납부장 20% 내고도

이재용 부회장 ‘징역 실형’으로 경영 제약

정권 교체기 마다 ‘오너 리스크’에 시달려

규제 적고 자유로운 미국 이전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가 정치권으로부터 공격받을 때마다 네티즌들이 ‘차라리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라’라는 댓글이 수북이 달리곤 한다. 해외를 나와보니 파란색 로고 ‘SAMSUNG’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없는 애국심도 절로 생긴다고 털어놓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다. 

아직까지 한국은 잘 몰라도, 삼성하면 애플과 경쟁하는 세계 일류의 휴대폰 회사, 아니 그 이상의 IT 회사로 꼽는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자랑스런 삼성이 정권 교체기마다 나오는 본사 이전설은 정치 외풍에서 삼성이 겪는 ‘오너 리스크’ 때문에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국 경제 근간을 기여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말이다. 

삼성전자의 2018년과 2019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58조 9000억원과 27조원 였고, 해당 2년간의 법인세 납부액은 25조원 가량이었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한국 전체 법인세 납부액이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70조 9000억원과 72조원 정도인데, 이 기간 삼성전자 한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액은 국가 전체 법인세 납부액의 약 17.5%에 달하는 셈이다.
2020년에는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기업도 역시 삼성전자로, 9조9373억원을 납부했다. 정부가 거둬들인 법인세 총액의 18%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2021년 삼성전자 법인세 부담률은 27.8%로 경쟁자인 애플(15.4%)의 거의 두 배였다. 이전에는 정반대였는데 2017년 집권한 문재인정부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리는 무리수를 둔 뒤 세율이 역전됐다. 기업 이윤이 3000억원을 넘기면 법인세율이 최고치로 뛴다. 
이러니 일각에서 법인세가 낮고 규제는 없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해외로 삼성 본사를 옮기라는 발칙한 주문이 나오는 것이다. 해외 사업체를 세운 뒤 본사를 이전하거나, 해외 지주회사를 신설해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 등 이론적으론 본사 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 정서는 차치하더라도 과반수 주주 동의를 얻기 어렵고, 이전 비용도 천문학적이어서 현실적으로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건 징벌적 세금도 세금이지만 일자리 정부라면서 되레 고용을 없애는 규제 일변도 정책과 툭하면 CEO를 감방으로 보내겠다며 기업들을 옥죄며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은 반도체 공장은 텍사스 등지에서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에 본사까지도 미국으로 이전하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도체 메모리를 3단으로 적층한 모양으로 설계되어 랜드마크로 떠오른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신사옥.

‘브렉시트’가 논의되던 시기, 영국 기업들이 본사를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꽤 있었는데, 특히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의 짐 로언 다이이슨 최고경영자가 다이슨의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영국 내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1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여객선 사업체 P&O는 세금문제를 이유로 선적을 영국에서 유럽연합 회원국인 키프로스로 옮기겠다고 했다고 한다.

홍콩 정부가 중국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홍콩에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던 다국적 기업들이 탈홍콩을 고려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대만으로의 이전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나 홍콩과 비교해 볼 때 남북대치 리스크나 강성 노조의 문제, 언어환경 등 기업 입장에서 경영환경이 그리 유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 삼성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세율도 낮으면서 규제도 적은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의 본사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KOTR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중 절반(49.5%)은 본사를 해외에 뒀다. 삼성처럼 한국에서 기반을 잡지 않은 신생 기업들은 이미 해외에 뿌리를 두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 등에 본사를 두면 기업 운영에 필요한 돈(투자)과 사람(인재), 시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같은 기술과 제품을 가진 기업이라도 미국 시장에 뿌리를 두면 더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인재를 구하는 데도 유리하다.  

일류 기업은 정치·경제적인 상황들이 아니더라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언제라도 본사를 다른 나라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경우에도 본사의 해외 이전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릴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 보다 삼성이란 뿌리 깊은 기업을 한국 정치권이 흔들어 버리는 시도는 이제야 말로 그만해야 할 때이다. 

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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