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화투방 성업…‘도박 불륜’도 화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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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중 재택근무 등 마담 언니들의 무료한 시간을 타고 불법 화투장이 한인타운내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철물점 2층이나 폐업한 가구점 등을 빌려 어두침침한 사설 도박장을 만들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윌셔와 웨스턴가 고급콘도인 S, M, 버몬가 선상의 고급 콘도에서 10여곳으로 한인들이 모으고 있다. 이들의 주축세력은 강제로 개점휴점을 해야했던 룸싸롱 마담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평소 단골손님 중에서 신원이 확실하고 ‘돈빨’을 잘 세우는 손님들 명단을 추려 개별적으로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소문을 타고 한국에서 오는 원정도박꾼도 생기면 판돈은 커지고 있다. 타운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불법도박장 실태를 취재했다. 

개점휴업 룸싸롱 마담 주도로 불법화투방 차려

단골손님 위주로만 꾸려…10% 고리대금업 만연

단독하우스 개조 슬롯머신 불법도박장 차리기도

판돈 많게는 10만불까지…LAPD 함정수사도

‘도박타운’이 된 LA 한인타운 내 사설 불법 도박장 난무

지난 4월 15일, 오후 2시 40분 경 코리아타운 웨스턴 애비뉴와 5가 인근 한 건물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항상 차량과 행인들로 북적이는 웨스턴 길 5가에서 6가 사이는 폐쇄되어 있었고, 다른 출구를 찾으려는 차량들로 이 지역에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있었다.  

검은 옷차림에 헬멧과 방탄조끼를 껴입은 경관들은 이 건물의 2층으로 작전을 수행하듯

은밀하고 날렵하게 뛰어 올라갔다. 
잠시 후 검거된 긴 행렬의 사람들은 마치 굴비를 엮듯 뒤로 손이 묶인 채 벽을 보고 

설 것을 요구받았다. 

바로 이 2층 짜리 상업용 건물에서는 불법 도박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LAPD 올림픽 경찰서 소속 경관들은 이날 현장에서 20여명을 체포했다. 

검거된 사람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히스패닉과 흑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중에는 한인으로 추정되는 아시안 여성 2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진행된 이날 기습 단속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은밀하게 행해져 도박에 빠져있던 이들이 전혀 도망갈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에서 불법 도박이 행해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두 달이 넘는 잠복근무 끝에 LAPD 올림픽 경찰서 소속 갱단과 마약 수사팀이 공조해 이루어진 급습이었기 때문이다.

LAPD 메건 아길라 공보관에 의하면 체포된 이들 중 1명은 마약 폭력(narcotic violence) 혐의로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도박장으로 사용된 웨스턴 애비뉴 선상의 2층짜리 상업용 건물은 한인 소유로 알려져 있는데 1층에는 한인 식당과 철물점 등 여닐곱 군데의 업소들이 입점해 있고 2층은 주거용인데, 바로 이곳에서 은밀한 불법 도박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 관리인은 본인이 관리하는 건물에서 이런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세입자들의 신원을 다시 검사해야겠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인타운 내의 불법 도박장은 운영자가 한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용한 주택가에 스며든 ‘하우스 도박장’…소음.혐오감 등 피해

LA 한인타운의 불법 도박장을 겨냥한 기습 수사는 한 두번 겪는 일이 아니다. 경찰의 급습에 의해 체포.구금되는 사건이 한 번씩 발생하면 그 때만 주춤할 뿐,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장소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게 LA 한인타운의 불법 도박장이다.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즉시 움직이지 않는다. 먼저 잠입수사를 통해 드나드는 사람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에 대한 인물 파악과 시간대, 일대의 감시카메라 영상 분석 등 증거를 확보한 다음 법원으로부터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기습 단속을 진행하게 된다.
일반 상가건물 보다는 숨어있는 가정집이 훨씬 안전하다는 인식 아래 불법 도박장은 오래 전부터 하우스에 자리잡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말이 하우스지, 사실 널찍한 거실에는 슬롯머신을  10대 20대씩 갖추고 판돈도 제법 묵직한 ‘사업장’의 면모를 갖춘 도박장들이 상당하다는 입소문이다.  보통 슬롯머신 기계는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 등 타주에서 1000~5000달러 선에 구입해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LA 한인타운 카탈리나와 아드모어, 11가와 제임스엠 우드 인근을 깃점으로 LAPD 갱 앤 마약 단속반 소속 경관들이 모두 7군데의 불법 사설도박장들을 급습한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이 이 곳 주변에서 압수한 슬롯머신 기계만 해도 35대가 넘었고, 현장에서 압수한 현금은 3만 6500여 달러에 달했다. 이 때의 검거 역시 주민들의 민원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들 도박장에서는 슬롯머신은 기본이고, 포커에 화투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LA 코리아타운에는 아예 일반 단독주택을 통째로 세내어 불법 도박을 벌이는 속칭 ‘화투방’이 적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입소문인데, 2015년도에 추산된 것만 해도 10여군데가 넘었고, 지금은 고급 콘도 등 수십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투방에서 도박을 해 본 이의 경험담에 의하면 화투방의 판돈 규모는 적게는 5천 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준다. 

도박을 하다 주머니가 동난 사람들을 상대로 돈놀이도 흔히 행해지는데, 통상 원금의 10% 정도를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즉1000불을 빌리면 즉석에서 100불을 떼고 900불을 쥐어주는 것이다. 갚을 때는 당연히 1000불을 갚아야 한다. 처음에 빌릴 때는 높은 이자가 꺼려지지만, 한 번 두 번 빌리다 보면 돈이 돈같지 않고 감각이 무디어져 버린다는게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이렇게 도박판에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는 빚에 시달리는 이들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 한인타운 내의 도덕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설 도박장은 보통 자릿세로 시간당 10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앉아서 도박을 하다 보면 밤을 꼴딱 새게 되는데, 화투방 주인들은 종일 늘어 붙어있는 손님들로부터 한 판에 천 불 정도의 자릿세는 손쉽게 챙겨 간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판돈이 큰 화투방에 드나드는 고객들은 주로 중년의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학 연수에 틈이 없을 것 같은 유학생들이나 직장인들, 가게 업주, 유흥업소 종업원들, 노인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는데, 이들을 화투방으로 끌어들이는 모집책들은 주로 노래방이나 사우나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접근해 온다고 한다.

타운 내의 화투방을 심심풀이 삼아 이따금씩 들르던 한 60대 여성은 “남편 몰래 몇 번 드나들었는데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지 불안해서 그만 다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가정주부들이 화투방을 찾게 되는 동기는 호기심에서 가볍게 생각하고 들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도박장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안에서 같이 음식을 시켜먹고 속엣말도 나누고 하다 보면 어느새 끈끈한 우정 같은 것이 생기게 되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자주 들르게 되는 경우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팍팍한 이민 생활에 취미가 같은 친구를 만났다는 안도감과, 여럿이 같이 있으니 경찰의 급습에 대한 걱정도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남녀끼리 눈이 맞아 가정 파탄까지 이르게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가정을 깨뜨리고 몸 상하고 돈 축나게 하는 화투방이건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은 대다수 한국 이민자들의 생활이 그만큼 안정되지 못하거나 속내를 터놓고 지낼 만한 친구가 없이 외로운 생활들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하우스 불법 도박장 주변은 차량들이 은근슬쩍 몰려들어 주민들의 주차난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때때로 음악을 크게 켜놓기도 해  산만한 마을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또 지나친 문신이나 혐오감을 주는 외모의 사람들이 빈번히 드나들기도 해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등 현실적.정신적 피해를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무렵만 되면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  차량들과 낯선 얼굴들이 한 곳에 몰려드는 풍경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바람에 하우스 불법 도박장은 뜻하지 않게 들통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폐단을 감추기 위해 요즘은 아예 개인 운전자를 고용해 약속된 장소에서 도박장으로 픽업해 오거나 한인 택시를 이용하고 있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주민들이 눈치채는 경우도 흔치 않다고 한다. 

불법 도박장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형태로 위장하고 있는데, 경찰의 잠복수사도 결국 주민들의 신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설 불법 도박장은 더욱 교묘한 방법들로 늘어만 가고 있는 추세다. 개스를 넣는 주유소가 몰래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가 경찰의 급습을 받은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주유소에는 장거리 손님들을 위한 숙박 시설과 샤워장까지 몰래 갖추고 있어 무허가 모텔 겸 불법 도박장 장소로 사용되며 뒷돈을 챙기고 있는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은밀한 장소에서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불법 도박장은 낮에는 일반 업종 간판을 달고 영업하다가 밤이 되면 도박장으로 변신한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이런 불법 도박장들은 손님들에게 건물 뒷편에 차를 주차하게 하고, 출입 시에는 벨을 누르게 해 일일이 신원을 확인한 뒤 손님을 받고 있다.

늘어난 정부보조금, 갈 곳은 없었던 팬데믹 기간, 불법 도박장 성업 

코로나 19로 촉발된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마냥 갇혀서 재미없는 시간들을 보내기만 했을까? 팬데믹이 시작된 지 반 년 쯤이 흘러간 지난 2020년 10월 15일, 애너하임 불법 도박장 검거 소식을 보면, 공짜로 들어온 돈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때 검거된 불법 도박장은 겉으로는 수경식물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부는 촥촥 카드 돌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슬랩하우스(Slaphouse) 였다.  이 날 애너하임 경찰국에서 소방국, 특수기동대(SWAT)까지 공조해 위장한 수경식물 판매처를 급습한 결과 체포한 인원은 13명, 억류한 현장 인원은 무려 70여 명이나 됐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당시에,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에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모여 서로 마주보고 화투를 돌리고 슬롯머신 앞에 앉아 도박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날 구속되거나 체포된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던 사건이다. 

통상 이런 불법 도박장에서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같은 마약이 거래되기 일쑤이고, 강도나 매춘 등의 범죄도 존재하기 쉬운데다 총기 등 무기류를 소지한 이들도 많아 경찰의 급습은 고위험을 동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해인 2021년 3월에는 속칭 ‘하우스’로 불리는 주택 사설도박장에서 한인 주부들이 무더기 검거돼 타운 내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여유롭게 주어졌던 정부 지원금이 불러온 폐단의 결과라 하겠다. 

노인들 울리는 도박장…80 늘그막에  재산 탕진하기도

도박에 빠져 사는 이들 중에는 노인들도 상당수 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웰페어와 자식이 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노인들이 무슨 여유가 있어 도박장을 드나들까 싶지만,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도박에 발을 딛는 경우가 많고,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친구의 권유로 도박장을 찾다가 중독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인타운의 속칭 ‘사랑방’이라는 곳은 바로 사설 불법 도박장을 일컫는데, 이런 주택가의 도박장에도 노인 고객(?)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불법 사설 도박장들은 소셜시큐리티 연금이나 생계보조비(SSI)를 타는 한인 노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이들의 연금 체크 등을 담보로 잡고 칩을 제공해 일명 ‘고스톱’ 화투 게임을 하게 하거나 지폐를 이용한 불법 슬롯머신을 이용하도록 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LAPD경찰은 밝히고 있다. 

사설 불법 도박장과 함께 노인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카지노 도박 또한 자칫 하다가는 신세를 망치게 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아예 한인타운 한 복판 아파트 앞 등에는 카지노로 노인들을 실어나르는 대형 버스가 대절하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런 카지노행 버스는 한인타운 내에 수십대가 왕래하며, 이른 새벽부터 매일 노인들을 미끼로 실어나른다. 늘그막에 완전히 빈털터리를 만들기도 하는 이 ‘지옥행 버스’는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출발하기 시작해 막차는 이튿날 새벽 4시에 돌아온다. 요금은 물론 무료 승차다.

친구에게 카지노 도박장을 권하는 노인들은 처음부터 ‘도박장’이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요즘 꽃이 만발했는데 꽃놀이 가자” 라든지, “요새 심심하지? 내가 재미있는 곳 보여줄게” 하는 말로 친구를 꼬드긴다. 미끼를 동반해 오는 이들에게는 인센티브로 바우처를 제공하는 관광호텔 들도 많다. 노인들을 실은 카지노행 버스는 산타 바바라 혹은 샌디에고 등의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카지로로 데리고 가니, 무료하고 외롭게 지내던 노인들이 경치도 보고 잘하면 돈도 따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손해볼 것 없다는 안일함으로 도박장을 드나들다 중독의 늪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신세를 망치게 되는  경우까지 맞게 되는 것이다. 

제임스 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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