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용산시대…’검찰공화국’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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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은 검사(檢事) 인선부터 시작된다

‘문고리 권력’ 대통령 부속실장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인사 등 핵심비서관 6자리 검찰출신…‘차관 체제’로 초기 운영

용산시대가 막을 올렸다. 검찰 공화국도 시작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 만들어갈 새 정부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각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국민 통합을 꼽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대통령 직무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에 이어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 선서를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자유와 인권, 시장, 공정, 연대, 헌법 정신의 회복 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공정,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따뜻하고 훈훈한 약자를 위한 나라, 어린이와 청년의 꿈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 시대’는 저물고 ‘용산 시대’가 열린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여론수렴 없이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독단과 불통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50%를 밑도는 불안한 지지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열어젖힌 ‘용산 시대’에 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약속을 실현할 수 있을지 우려는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 앞에는 나라 안팎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선 과정에서 증폭된 극단적 분열상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게 시급한 숙제로 꼽힌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의 소통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불안한 남북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고, 한층 치열해진 미-중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외교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날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윤석열 내각이 언제 정상 가동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당장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며 인준을 거부할 태세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국무위원 5명의 지명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리 없이 가겠다’고 맞서고 있어, 당분간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9일 외교부 1차관에 조현동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명하는 등 15개 부처 20명의 차관 인선을 발표했다.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할 비서실 부속실장에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내정돼,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집무실에 검찰 색채가 더욱 뚜렷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비서관을 지낸 강의구 부속실장 내정자는 윤 당선자의 평검사 시절부터 20여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등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폐지된 만큼,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메시지·일정뿐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등도 담당한다. 부속실장은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각종 보고서와 면담 일정을 총괄 관리하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다. 앞서 윤 당선자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내정했다. 대통령실 비서관들 가운데 인사·공직기강·총무·법률지원·부속실 등 핵심 6자리를 검찰 출신이 장악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낮은 지지도로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국정 안정을 위해서도 협치와 연합, 통합은 필수”라며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겸허하게 자리매김하고 입법부와 사법부의 의사를 경청하고 수렴하는 노력을 다른 대통령보다 몇배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미-중 전략 경쟁의 국면에서 한-미 양국의 이익 조화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직전인 당선인 신분으로 지난 6일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의 비서관급에 대한 추가 인선을 발표하며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자신이 검찰총장일 때 검찰 일반직 사무를 총괄했던 사람을 인사 책임자로 발탁한 것이다. 기획관을 보좌할 인사비서관에는 검사 출신인 이원모 변호사가 임명됐다. 전날 1차 인선에 대해 ‘검찰 친위인사’라는 비판과 우려가 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인사를 책임질 자리마저 검찰 출신들을 임명한 것은 세간의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이번 인사로 확정된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선 검찰 출신들이 공직 후보자의 추천과 검증을 도맡게 된다. 폐지되는 인사수석을 대체할 인사기획관이 임명직 후보자를 선정해 내부 추천하면, 이들에 대한 검증 작업은 기존 민정수석 대신에 법무부와 경찰이 나눠 맡는다고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가 어림잡아 7천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들에 대한 임명 작업의 처음과 끝에 전원 검찰 출신인 복두규·이원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이 위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 정도라면 ‘검찰 출신 아니면 공직 후보자로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는 말도 나올 것이다.

복두규 기획관과 이원모 비서관이 공직 경력의 대부분을 검찰에서 보낸 점도 매우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인적 네트워크는 인사 책임자의 경력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역대 여러 정부가 협소한 인력풀에 기대어 ‘수첩 인사’를 되풀이하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실패를 자초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복 기획관과 이 비서관의 경력은 검찰 수사 보조와 일반 사무, 수사가 전부다. 범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업무 말고는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사회 다양한 분야의 인재 발굴과 추천의 책임을 맡기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복 기획관 등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을 할 때 상하 관계에 있었던 터라 인사 업무의 독자성이 보장될지도 미지수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윤 당선자는 이미 과도할 만큼 검찰 출신을 중용했다. 대통령실만 봐도 총무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률비서관이 모두 전직 검사 아니면 검찰 일반직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번 인사는 그런 구도에 ‘화룡점정’을 한 것이라고 본다.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났듯 ‘아는 사람, 써본 사람’만 골라 써서는 머잖아 심각한 인재난과 부작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윤 당선자는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틀어막히고, 억눌리고, 무력화돼,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유세에서 ‘검찰 수사’를 수식하며 쓴 단어들이다. 그는 “민주당의 부정부패를 처단할 수 없도록 수사권을 무력화하고 이렇게 끼리끼리 해먹는 것을 국민이 다 봐서 (국민이)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한 것”(2022년 2월17일 경기도 용인)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권력을 쥔 자가 오만하게 저지른 초대형 부패는 한 번도 물러선 적 없다. 이쪽저쪽 가리지 않았다”(2월18일 경북 칠곡)고 했다. “과거 정권 말이 되면 대통령 가족, 측근 예외 없이 부정 드러나면 다 처벌”했는데 “이번 정권은(수사를) 다 틀어막고 있다.”(2월28일 강원도 동해) “검찰이 얼마나 국민의 검찰로서 제 기능을 하느냐는 정치권력이 개입하지 않고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달려 있다.”(2월14일 공약 발표 질의응답)

검사 출신 대통령이 처음으로 선출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이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당선으로 귀결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수사라는 명제는 문재인 정부와 동일하지만, 그 명제에 이르는 방법이 판이하다. 그가 구상한 공약은 검찰 조직의 독립과 권력의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개혁의 ‘후퇴’를 넘어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민주적 통제 방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①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법무부의 ②예산편성권과 ③인사·조직에 관한 권한이다. 윤 당선자는 2월14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에게 독립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 중 두 가지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발표했다. 다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여러분도 봤겠지만 악용되는 수가 더 많다. 이 제도를 만들어낸 나라에서도 (제도가) 사문화된 지 오래됐다”고 설명하며 검찰총장에게 예산편성권을 주는 방안도 “예전부터 이렇게 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2022년 2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민변 사법센터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검찰 공약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브리핑’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나 민정수석 등 청와대 누구도 검찰 수사를 지휘할 권한은 없다. 다만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게 최초의 수사지휘권 발동이었다. 그 뒤 윤 당선자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세 차례나 발동했다. “여러분도 봤겠지만”이 가리키는 그 시기,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약(수사지휘권 폐지)인 셈이다.

수사지휘권의 남용과 폐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법조계 일각은 지적한다. 과거 검찰 출신의 청와대 민정수석, 대통령비서실장, 법무부 장관이 후배에게 지시하듯 검찰 배후에서 수사를 좌우했기 때문에 굳이 수사지휘권을 쓸 일이 없었을 뿐, 장관의 수사지휘가 공식 경로로 행사되고 공론장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이 제도가 예정해놓은 작동 방식이라는 것이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 발전시켜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무 대안 없이 폐지를 논하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경 해체와 다를 게 무어냐”(정지웅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는 반문도 나온다.

“수사지휘권이 문제 될 때를 살펴보면 항상 비검찰 출신이거나 검찰과 이해관계가 다른 법무부 장관일 때였다. 검찰 출신의 법무부 장관은 서면 형태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전화 한 통이면 된다. 그런 게 진짜 외압이다. 선출 권력과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를 상정하고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서) 그 제도는 남겨놔야 한다.”(김남준 변호사·전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검찰의 독립된 예산편성권은 윤 당선자의 말처럼 그동안에도 꾸준히 주장됐다. 현재 검찰 예산은 법무부에서 편성한다. 그러나관세청과 경찰청을 포함한 17개 외청 중 독립된 예산권이 없는 청은 검찰청뿐이다. 2019년 국회가 법무부로부터 예산권을 떼어내 검찰에 주려고 했으나 법무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대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검찰과 국회의 ‘직거래’ 가능성 때문이다. 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이 주어지면, 검찰총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야 해서 진행 중인 수사에 압박과 회유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검찰 출신 국회의원과 예산을 용인해주는 방식으로 교감할 수도 있다. 2004년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는 “외국의 경우에도 검찰 조직의 예산편성은 법무부에서 관장한다”고 밝히며 검찰에 예산편성권을 주는 것에 사실상 반대했다.

향후 윤정부의 성공 여부는 인사를 통한 탕평책에 있는 만큼 ‘검찰공화국’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는 것이 국민 여론의 방향이다.  

제임스 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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